프레임의 법칙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게 진나라로 가던 도중에 양식이 떨어져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안회(顔回)가 가까스로 쌀을 구해와 밥을 지었습니다. 공자는 밥이 다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고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공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안회는 제자 가운데 도덕 수양이 가장 잘 되어 공자가 아끼는 제자였기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에 놀란 것입니다. 공자는 크게 실망하고 곧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윽고 안회가 밥이 다 되었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습니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밥을 몰래 먹은 안회를 뉘우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안회는 곧장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연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안회를 잠시나마 의심한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다른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그리고 나는 나의 머리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 하는구나. 너희는 집적 보고 들은 것이라 하더라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거라."

프레임의 법칙(Frame law)이란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틀(프레임)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고정관념 또는 편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시각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편견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와 진보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수든 진보든 자신의 사상적 프레임을 앞세워 서로를 비난하기에 혈안되어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놓고 자신의 시각적 프레임이 어떠하느냐에 따라서 이해하는 방법도 다르고, 이해하는 깊이도 다르고, 수용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한 중앙언론지에서 지난 정부 때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에 ‘통일은 미래’라는 논설과 함께 북한이 개방하면 우리나라가 엄청난 수십 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며, 통일이 되면 6천조 원의 자원강국이 되어 국민소득이 8만 불이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북한과 교류하며 통일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되자 이번에는 ‘통일은 쪽박’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보수라는 프레임에 갇혀 자기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통일을 바라보기 때문에 진보가 하는 모든 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보수지향적인 노인들과 진보지향적인 젊은이들 사이의 갈등 또한 자신들의 프레임에 갇힌 결과입니다. 가짜 뉴스를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런 가짜 뉴스를 재생산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사고를 견고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잘못된 프레임은 그렇게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자기들의 경직된 사고 때문에 프레임은 날로 견고해지고 관계는 더욱 교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정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종교 역시 자신들의 프레임에 스스로 노예가 되어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역사에서 수많은 종교적 희생자가 발생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잘못된 기독교 이데올로기가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 엄청난 사상자를 만들어냈고, 오늘날에도 같은 이슬람임에도 수니파과 시아파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생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잘못된 프레임을 깨뜨리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 성경은 선언합니다. “그(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에베소서 2:14) 우리 인간은 수많은 담을 쌓고 살아왔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방법이 율법과 제사인데 그것을 자기들의 프레임에 가두어놓고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막히고 죄가 막아놓은 담은 점점 더 견고해졌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의 담이나 부정한 자를 향한 편견의 담도 견고하여 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친히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그 모든 담을 더 허무셨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이나 서기관이 만든 프레임을 통해서 아니라 당신의 십자가 사랑을 통해서 어느 누구든지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담을 허무시고 둘이 하나가 되게 하셨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가졌던 잘못된 프레임을 깨뜨리셨기에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미움을 받았습니다. 안식일 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하나님의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마가복음 2:27)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결과 부정의 프레임을 갇혀 애매한 사람을 정죄하는 사회에 친히 부정의 자리에 들어가셔서 그들을 어루만지시고 함께 하심으로 잘못된 사고의 프레임을 깨뜨리셨습니다.

복음은 사람을 거짓된 정보와 시각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프레임을 깨뜨리는 능력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에게는 능력(두나미스)이 주어지는데, 그 능력이 단단한 껍질을 깨뜨립니다. 그 복음의 능력은 사울이라는 포악자를 깨뜨렸고,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껍질도 깨뜨렸습니다. 기독교는 거짓된 프레임을 통해서 사회에 벽을 만드는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담대하게 ‘노’(NO)를 선언하며 깨뜨려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 한국의 기독교는 정치의 시녀가 되어 거짓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인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 난민과 타종교, 북한과 통일 등에 대해서 세상이 갖는 가짜 프레임을 깨뜨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이 듭니다. 복음은 거짓된 프레임에 갇힌 자에게 자유를 선언하는 것이지, 결코 프레임의 노예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