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인 1957년에 노벨상을 받은 두 명의 알베르트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44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알베르트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이고, 다른 한 사람은 82세의 노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의사이자 선교사인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eitzer, 1875-1965)입니다. 그 두 사람은 노벨상의 상금으로 각각 10만불씩 받았습니다. 카뮈는 그 상금으로 파리 근교에 성같은 별장을 사고, 평소 가지고 싶었던 스포츠카도 사서 여유롭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습니다. 반면 슈바이처 박사는 그 상금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가봉 랑바레네(Lambarene)에 병원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의미를 탐구하던 카뮈는 자신이 꿈꿔오던 멋진 차를 타고 별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노벨상을 받은 지 불과 3년 만에, 그의 나이 47세에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별장은 현재 누구의 소유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 세운 병원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 우리나라의 한강(1970-)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것입니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 동안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 문학이, 특별히 여성 작가들이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벽을 극복하고, 세계 속에 아시아 여성문학의 가능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의 자랑이고, 특별히 사회적 억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그의 글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킴으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분명 노벨상은 현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명예로운 상을 수상했다는 것 못지 않게 그 이후 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과제로 주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알베르 카뮈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문학적 가치나 철학적 깊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의 삶이 과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그의 문학적 업적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칭찬을 하고 그를 연구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의 삶에 존경을 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슈바이처 박사 역시 『생명에 대한 경외』 등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다양한 방면에서 권위자였습니다. 그는 유명한 오르간 연주자였고,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 당대 최고의 권위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복음서 연구로 신학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슈바이처를 생각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헌신한 성자로 기억합니다. 그의 저서보다도 그가 살아온 삶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의 업적을 통해 기억되고, 어떤 사람은 그의 삶을 통해 기억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계실 때 책 한 권 쓰신 적이 없지만, 십자가 희생으로 온 인류를 구원하심으로 인류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우리의 업적과 우리의 삶이 구분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곧 우리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내 작은 삶이 누군가에게 유익이 되고 기억되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