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결단

‘디시전 피라미드(Decision Pyramid)’라는 학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결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은데, 결단하고 선택하는 것이 다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중요도에 따라서 3단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일상적 결단(ordinary everyday decision)’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에서 결단하는 사소한 것들입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어떤 신발을 신을까’ 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단순한 결단입니다. 그런 단순한 일상적 결단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사람은 허영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까’ ‘식사 후에 누구를 만날까’하는 것들도 일상적 결단일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일상적 결단에도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것들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내 생애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하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중간 단계의 결단 - 제법 중요한 결단(middle level decision)’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철이 되었을 때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선택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이냐, 어느 과목을 전공으로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결정도 인생의 중요한 결단입니다. 그것이 내 일생의 앞길을 결정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결단은 결혼입니다. 주변에 있는 많은 여자나 남자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선택하여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결단이기에 참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결단처럼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애에서 이렇게 제법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종종 찾아옵니다.

세 번째 단계는 ‘결정적인 결단 - 정말 중요한 결단(real important decision)’입니다. 이것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의 결단입니다. 생(生)과 사(死)에 대한 결단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자기가 죽는 시간과 장소를 결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순교자들입니다. 그들은 죽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포기한다는 말 한 마디면 죽음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생명의 가치만큼이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는 일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지만, 그 중요한 시간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모든 결단과 선택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결단을 내리느냐 하는 것을 흔히 가치관이라고 말합니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느냐는 것입니다. 정의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돈이 주어지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의롭지 않다면 그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돈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사람은 돈이 주어지는 일이라면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 일을 선택할 것입니다.

신앙인에게 최고의 가치는 신앙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신앙이 삶의 선택과 결단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좁은 길로 들어가라고 말씀합니다. 세상의 가치를 기준으로 사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앙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에 이끌려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게 손해가 된다는 바른 것이라 하더라도 눈감아버리고 손에 이익이 주어지는 그릇된 길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편안하고 영광이 주어지는 자리를 탐내면서 그 길을 가는 것을 즐거움을 삼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신앙인의 삶은 십자가의 삶입니다.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따라가는 삶입니다. 그 길에 어떤 영광이나 칭찬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재물이나 높은 권좌가 보이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바라보며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주님이 가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신앙의 가치를 기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주님을 닮고 배워야 합니다. 세상의 사고와 가치에 세뇌된 우리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신앙의 가치를 따르기 위해서는 내 뜻과 욕망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내가 선택해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 신앙의 길은 내 힘만으로 선택할 수도 없을뿐더러, 내 힘만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신앙의 가치를 따라 내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결단을 할 때에 신앙적 가치를 따라 선택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작은 삶의 선택에 훈련되어야만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가치를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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