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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9-13 07:03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글쓴이 : 안효관

당신은 진정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가훈처럼 집안에 액자로 걸어놓은 가정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울처럼 우리도 정말 그렇게 고백하며 살 수 있겠는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이 말씀을 오해하여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제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능력 주신다면...” 아직까지도 어려운 현실 앞에서 괴로울 때 그런 가정을 하며 이 말씀을 생각합니다. 뭔가 커다란 인생의 장애물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에도 그런 가정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가정(假定)이 아닙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 현실은 때로 고통일 수 있고, 때로 궁핍함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엄청난 고난의 현장일 수 있고, 때로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쓰러질 듯이 골고다를 향하여 가는 길(Via Dolorosa)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승리의 노래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승리와 축복과 평강의 노래는 1절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2절의 노래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이 말씀 바로 앞에는 이런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사도 바울은 풍부해 지기만을 바라며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이 말은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나는 풍부해질 수 있다.’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형통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만을 노래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사도 바울이 처한 형편과 같이<사도 바울이 빌립보서를 쓸 당시에 그는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나는 궁핍해 질 수도 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비천에 처할 수도 있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궁핍해지는 것,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비천한 자리에 내려가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이라고 감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도 바울이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내용들입니다.

사도 바울은 제2차 전도여행 중에 빌립보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습니다.(사도행전 16장) 점하는 귀신들린 여인을 고쳐주었다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행하다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옷이 찢겨지고 수없이 많은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발에는 착고가 든든히 채워진 채 깊은 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그 때에도 바울과 실라는 기도하고 기쁨의 찬송을 불렀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에 영광을 돌리는 찬미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도 바울이 찬송을 부를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어떤 박해나 곤고함이나 아픔을 당한다 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고백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아무리 곤고한 자리에 서 있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아무리 궁핍한 자리에 앉아있다 하더라도 낙당하지 않고,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탄식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길은 결코 평탄한 길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가야 하기도 하고, 무겁고 힘든 나의 십자가를 지고 지치듯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우리는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능력을 주시기에 우리는 능히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능력을 주신다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같은 곳을 지나가더라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찬송하며 갈 수 있습니다.

주님이 능력 주시기에 궁핍한 삶의 자리에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주님이 능력 주시기에 사업이 망해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능력 주시기에 복음을 전하다가 미움을 받아도 감사함으로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주님이 능력 주시기에 자녀나 가정에 문제가 생겨도 불평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게 주님이 주시는 능력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 안에서 형통한 삶입니다. ‘형통한 삶’이란 고난의 언덕이 없는 삶이 아닙니다. 인생의 폭풍이 없는 길이 아닙니다. 고난의 강을 건넌 필요가 없는 내일이 아닙니다. 십자가 없이 영광만이 주어지는 길은 결코 형통의 길이 아닙니다.

때로는 고난의 언덕을 넘어 인생의 폭풍이 몰아치는 거센 바다를 건너야 할지라도 그 길 너머에 주님의 뜻이 있다면 일부러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난 다음에 선한 목자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해 놓으신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가 있다면 앞서 가신 목자의 뒤를 다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가는 것입니다. 골고다 언덕 너머에 부활의 기쁨이 있기에 오늘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는 것입니다. 그게 하나님 안에서 형통한 삶입니다. 그러기에 진정 형통한 삶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고백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평안하고 평탄한 길을 가는 것은 주님께서 능력을 주시지 않아도 갈 수 있습니다. 잘 뚤린 고속도로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은 누구나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좁고 협착한 길은 주님께서 능력 주셔야만 갈 수 있습니다. 아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그 길을 갈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실패와 고난과 낭패와 궁핍과 비천함과 십자가의 길일지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고백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게 능력 있는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