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헌신입니다.

다음 달인 4월 13일에 우리는 또 한 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의회의원과 시의회 의원을 함께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선거가 있습니다. 선거할 때 우리는 투표를 합니다. 투표란 누군가에게 내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것입니다. 영어로 투표하다는 말이 vote인데, 이 말은 맹세하다는 뜻을 가진 vow와 같은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나님께 맹세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자신을 바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에 임할 때마다 신앙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을 선택하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지도자를 뽑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시대 우리 사회를 향하여 꿈꾸고 계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대통령이 이임(離任)할 때 꼭 지켜야 할 전통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음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남겨두는 일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자신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직무가 아니며, 또한 자신을 지지해 준 정당이나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나라를 위한 일이기에 자신을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에게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는 글일 것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할 때에 내세운 정책의 방향이 달라도, 자신을 지지해주거나 자신이 서 있는 정당의 위치가 어떠하든지 간에 좀 더 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정당보다도 나라를 먼저 생각해주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보다 모든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말입니다.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도자의 방향성에 따라서 우리가 가야할 길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두 명의 지도자를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습니다. 그가 왕으로 뽑힌 이야기가 사무엘상 10장에 기록되어 있고, 사무엘상 마지막 장인 31장에 그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 긴 기록에서 사무엘이 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는 암몬이나 블레셋이나 아말렉 등과 싸우는 이야기 몇 개뿐입니다. 그의 생애 대부분은 그가 정적처럼 여겼던 다윗을 죽이려고 하는 데 허비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왕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관심사가 오직 다윗이라는 정적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윗을 죽이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사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다윗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애틋했습니다. 심지어는 나라의 통합을 위해서 자신을 정적으로 여겼던 사울 왕의 자손까지 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다윗은 평생 잊지 못할 커다란 죄를 짓기도 했고, 그 죄로 인해서 그의 생애에 엄청난 고통이 가해졌음에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대에 나라는 점점 부강해졌고, 안정을 되찾아갔습니다. 그런 다윗 왕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사람 1순위가 되었고, 이스라엘이 회복해야 할 최고의 이데아가 ‘다윗 왕국’이 되었습니다.

지도자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지도자는 그의 생각이나 비전이 당대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나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런 지도자를 누가 만들까요? 사울과 다윗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그 선택의 권한을 부여하셨습니다. 우리가 투표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위임해 주신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그 권리를 망각해서도 안 되고, 그 권리를 우리의 개인적인 사욕을 위해서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투표하다(vow)라는 말이 가진 의미처럼 우리는 하나님께 헌신하듯 투표에 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그 투표가 하나님께 헌신하는 제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그런 투표의 결과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도록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시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위임해 주신 그 권리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그 권리를 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를 지도자로 선택할지를 깊이 관찰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로마서 12:2)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오늘 우리는 지도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뜻을 찾듯이 찾아야 합니다. 지도자가 되고픈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야 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사상이 어떤 지도 살펴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정책을 펴길 원하는지도 살펴하고 하고, 그들에게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사울과 같은 지도자들이 많은 이 때에 우리는 다윗과 같은 지도자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가 행사하는 투표의 힘으로 말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다윗과 같이 모든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 13일, 그 날은 우리가 헌신하는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임해 주신 권리를 가지고 투표를 통해서 하나님께 헌신하는 날입니다. 우리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을 때 반드시 그 권리를 꼭 사용하십시다. 그리고 그 권리를 사용하기 전에 누구에게 내 소중한 한 표를 주어야 할지 사려 깊게 생각하고 판단하십시다. 그래서 우리의 투표를 통해서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십시다. 투표는 헌신입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몸과 마음을 드리는 헌신과 같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