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중성

요즘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큰 이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문제입니다. 여권 내에서도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 정도로 그의 사퇴요구가 강력한데도,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는 ‘우 수석 흔들기는 곧 정권 흔들기’라며, 어떤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태를 대하는 태도와는 너무 다릅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자는 오로지 청렴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며 혼외자 문제가 제기되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불거진 우병우 수석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보다도 더 많은 의혹의 주인공인 우 수석을 감싸면서 ‘어떤 의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고, 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철저하게 이중성을 드러낸 한 단면입니다.

이런 이중성은 단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우병우 현 민정수석의 일에서만 보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인들의 삶의 모습에서도 그런 이중성이 보여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호되게 질책하고 계십니다.(마태복음 23장) 예수님께서 그들을 향하여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말하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식적인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회칠한 무덤과 같이 겉모습은 화려하나 그 내면은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앙으로 산다고 하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아야 할 모습입니다.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도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교회에서는 누구보다도 경건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가정과 직장과 삶의 자리에서는 신앙과 전혀 상관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주님을 위해서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람들의 박수를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주님이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야 합니다. 우리 신앙의 모델이신 주님을 닮아가야 하는데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기보다는 세상의 것을 더 많이 닮아가고 있다면 우리의 신앙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세상의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9:43절에 보면, 베드로가 욥바에서 죽은 다비다를 살린 후에 ‘여러 날 시몬이라는 무두장이의 집에서 머물렀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무두장이는 죽은 짐승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으로 귀중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죽은 짐승을 만져야 하는 무두장이는 당시 유대인들로부터 부정한 사람이라고 여겨졌습니다.(레위기 11:24 등) 그래서 매일 죽은 짐승의 사체를 만지며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무두장이는 부정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고, 유대인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곤 했습니다. 무두장이는 부정하고 더러운 사람이라고 여기며 멀리하면서도, 그 무두장이가 만든 고급 가죽제품을 사기 위해서 안달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입니다. 오늘날도 그렇거니와 고대 사회에서도 가죽제품은 늘 귀중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귀중품을 얻기 위해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그것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이중성입니다. 무두장이를 부정하다고 하면서 그 부정한 사람이 만든 가죽제품을 선호하고 그것을 갖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백정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면서도 백성이 잡은 고기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안달하던 우리네 조상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유대인들이 부정하다고 가까이 하지 않은 무두장이의 집에서 여러 날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베드로 사도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이런 이중성을 갖고 사는 당시 유대인들의 거짓된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으로 새롭게 된 사람들은 당시 유대인들이 갖고 있던 그런 이중성을 극복하는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도 이중성이 있습니다. 죄를 지은 다른 사람을 향하여 날카로운 비판의 말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용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합리화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렇게 봐주어야 합니다. 그에게도 그럴만한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이중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좀 더 관용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에게까지도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 안에 있는 이중성을 하루 아침에 허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거룩한 훈련을 통해서 이중성을 가면을 벗겨내야 합니다. 여전히 우리 안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세상 가치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합니다. 우리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고, 우리의 머릿속에 세뇌되어 있는 세상을 닮아가야 한다는 거짓된 허상의 실체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