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바람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나름대로 소망을 갖습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 보원을 빌기도 하고, 서로에게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덕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가지 범주의 대답을 합니다. 첫 번째는 ‘경제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대답입니다. 나라의 경제만이 아니라 집안의 살림살이가 좋아지고, 월급을 비롯한 자신의 수입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건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소망을 물으면 ‘새해에는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합니다.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만 그런 소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언제 건강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런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소망은 ‘행복’입니다. 가정이 행복하고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누군가와 불화하거나 갈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최고의 관심사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을 저해하는 것들이 내 삶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갖는 마음입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우리나라의 정치지형도가 불안한 까닭에 올해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중요한 소망이 하나 더 얹혀졌습니다. 그것은 나라가 안정되고 좋은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신앙을 갖고 사는 우리라고 별반 다를 바는 없습니다. 우리도 모두 삶이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앙인이라면 신앙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이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바람이나 소망 말고 신앙인으로서 갖는 바람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신앙인으로서 올해 무엇을 소망하고 있습니까? 그 소망이 우리의 삶의 환경이나 여건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무언가를 얻고 무언가를 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한 일이 생겨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행복에 익숙해져 또 다른 것을 욕망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민소득이 높고 생활여건이 좋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행복감을 누려야 마땅한데도,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언제나 가난한 나라의 순위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어서면 행복지수가 정체된다고 합니다.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가 제시한 가설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어서면 그 이상의 수입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행복감을 얻기 위해서 쾌락을 추구합니다. 알코올이나 마약이 그런 것처럼, 새로운 쾌락을 경험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쾌락을 찾아 나섭니다. 그래서 쾌락이라는 쳇바퀴를 계속해서 굴려야 합니다.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의 연구에 의하면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그 행복의 효과가 평균 3개월이라고 합니다. 출세의 꿈을 이룬 사람도 평균 3개월이 지나면 예전과 똑같은 크기만큼 행복하거나 불행해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지금 불행을 느끼는 사람도 3개월만 지나면 다시 웃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쾌락의 쳇바퀴입니다. 많은 소득을 얻는 환경, 로또와 같은 기적 같은 현상이 결코 우리의 소원 중심을 차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입니다. 특별히 믿음의 사람들은 삶의 기준이 내 자신에게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하나님께 맞추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에서 우리의 바람이나 소망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모습이 무엇인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거룩한 자가 되어 거룩한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레위기 19:2, 베드로전서 1:15)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바람이요 소망입니다. 우리의 바람이 그런 하나님의 바람에 맞춰져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우리가 거룩하게 사는 것입니다. 거룩해야 할 교회가 거룩을 상실하고 세상의 가치에 물들어버렸기에 오늘의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거룩해야 할 믿음의 사람들이 거룩을 상실하고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을 추구하며 세상 사람들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시대의 한국교회와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나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소원이 있으시다면 그것은 우리가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거룩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쾌락의 쳇바퀴에 빠져 세상 사람들과 다름이 없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면 그를 과연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성도들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움’과 ‘칭찬’(사도행전 2:43, 47)이었습니다. 그들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르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교회의 부흥을 꿈꾸는 것도 좋고, 은혜 가득한 삶을 바라고 소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거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