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음보다 먼저인 것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기준에 의해서 행동하게 됩니다. 단순히 행동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정보를 얻을 때에도 자신의 가치관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캄캄한 밤에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십자가 네온사인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교회가 많은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교회가 이렇게 많이 있으니 우리 사회에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많은 십자가 네온사인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의식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나 십자가에 대해서 내가 어떤 생각(가치)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옳음’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옳다는 것은 언제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어떤 얽힌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무엇이 옳은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빨리 풀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해야할 순간에 무엇이 옳은지를 알면 그것을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모든 사람이 옳은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은 것을 깨닫게 되면 선택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옳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고린도교회에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줍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에 대한 문제입니다. 당시 고린도에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섬기는 커다란 신전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신전에 제물을 바치는데, 신전에 바쳐진 제물의 고기를 신전에서 다 소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전에 바쳐진 고기가 일반 시장으로 나오면서 다른 고기들보다 값싸게 팔려지고 있었습니다. 신앙을 가진 신앙인들도 자연스럽게 그 고기를 사먹게 되었고, 그것이 고린도교회 안에 갈등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상에게 드려진 제물의 고기이기 때문에 신전에서 나온 고기를 사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 고기를 사먹는다고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며 사먹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의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교회가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그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판가름해 준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시장에서 파는 것은 무엇이든지 양심을 생각하여 먹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우상은 아무 것도 아니요 하나님만이 참 신이며, 땅과 거기에 가득한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무엇이 옳으냐 하는 것으로 갈등하고 있는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아주 분명하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그 문제를 이렇게 매듭 짓습니다. ‘우상에게 바친 고기를 먹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래서 내가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를 먹는 것이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일 내가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 때문에 다른 형제가 실족하게 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 사도 바울에게는 옳고 그른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덕을 세우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사회는 옳음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문제들이 덕을 세우는 것보다 옳음만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옳음이라는 것은 가치입니다. 가치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나 문화, 또는 시대정신에 따라서 바꿔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옳음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선일 수는 없습니다. 법은 옳음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종교는 옳음의 문제가 아니라 덕의 문제를 추구합니다. 교회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옳음의 가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안 됩니다. 옳음을 따라서 누가 잘 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해졌다고 해서 교회 내의 갈등이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되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거나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고, 무엇이 교회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사람과 생명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며 덕스럽게 문제를 풀어가려 할 때 상처를 줄일 수 있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사실(진실)보다 중요한 것이 덕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덕스러운 말을 하는 것입니다. 목사는 종종 진실이 아닌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결혼식 주례를 하면서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신부를 소개합니다. 물론 그 말은 진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신부화장을 해도 여전히 별로 예쁘지 않는 신부’라고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럴지라도 말입니다. 그 때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덕스러운 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에베소서 4:29)고 가르쳐줍니다. 때로는 옳다고 여기는 말, 진실을 드러내는 말이 ‘더러운 말’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실이 아닌 말이 덕을 세우는 선한 말, 듣는 자에게 은혜를 끼치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신앙은 덕을 세움으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세상에 뽐낼 수 있습니다. 덕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향기이기 때문입니다. 옳음보다 먼저인 것은 덕(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