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됨을 회복하자

‘헤일로 효과’(Halo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후광효과’(後光效果)라고 하는 이 말은 1920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Lee Thorndike)에 의해서 명명되었습니다. 헤일로(Halo)는 성상의 후광(後光)이나 광륜(光輪)을 말합니다. 그 헤일로 때문에 성상이 두드려져 보입니다. 그래서 헤일로 효과라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 뛰어나게 좋은 특징이 있으면 그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나 특징까지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은 점잖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얼마 전에는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붙잡고 보니, 양복을 입고 도적질할 아파트를 출입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렇게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은 도둑질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거리낌 없이 아파트를 출입한 것입니다. 흔히 도둑이라면 남루한 옷을 입고 턱에 어지럽게 수염이 난 사람을 연상합니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그 사람의 내면이나 성품까지도 결정한다고 생각해버린 것입니다.

그건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업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 기업은 근무여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적이 좋은 기업은 청년들의 취업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또 어떤 물건이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포장되었을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 고급 포장지에 포장된 물건은 고급스러운 것이거나 값비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헤일로 효과는 편견입니다. 그 대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헤일로 효과라는 편견을 벗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헤일로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 특성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전까지 교회는 헤일로 효과를 톡톡히 누려 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후광(헤일로)이 교회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했습니다. 분명 예수님은 교회와 그를 믿는 신앙인들에게 헤일로 효과를 주기에 충분한 분입니다. 예수님께서 성결한 삶을 사셨던 것처럼, 그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역시 성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일반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희생적인 헌신과 섬김의 삶을 사셨던 것처럼, 예수 믿는 사람들 역시 사회 속에서 헌신과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헤일로(후광)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대상인 예수님의 존재에 대한 가치나 평가가 낮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빛나야 할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퇴락했기 때문입니다. 후광으로 인해 대상이 빛나야 마땅한데도, 대상이 퇴락함으로 인해 후광조차 그 빛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헤일로 효과와 반대되는 용어는 아마도 ‘낙인효과’(stigma effect)일 것입니다. 낙인효과는 과거의 경력이 그 사람의 현재의 모습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지난 날 잘못해서 죄를 지은 전과자임에도 지금은 그 벌을 다 받고 마음을 바꿔 새 사람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전과자라 하여 멀리하게 됩니다. 과거 정신과 병력을 가진 사람은 그가 그 병으로부터 치유를 받았다 하더라도 ‘정신병자’라는 낙인을 찍어 그를 바라보게 됩니다. 낙인(stigma)은 도장을 말합니다. 옛날 노예들에게 찍은 도장입니다. 노예의 몸이 그 도장이 찍히면 그는 평생 노예로 취급을 받습니다. 주인이 그에게 자유를 선언하여 그가 자유의 몸이 되었을지라도 그 도장으로 인해서 그는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노예 취급을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으로 도장을 찍으면 그에 대한 평가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 역시 편견임에도 말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어떤 낙인을 찍히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특별히 요즘의 젊은이들은 한국교회와 목사, 그리고 신앙인들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색안경(낙인)을 통해서 교회와 신앙인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부정적인 존재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편견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편견이라고만 몰아세울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인식 속에 이미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대해서 부정적인 낙인을 찍도록 만든 원인을 교회와 성도들이 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분을 모신 곳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가장 강력한 후광을 갖고 있습니다. 그 후광은 결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에 그 후광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광의 빛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에 빛을 드러내지 못한 존재로 낙인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세상의 빛’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우리를 향해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세상의 빛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우리가 이미 세상의 빛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빛으로 불러주신 분은 참 빛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를 빛이 되게 하신 분이 바로 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를 빛으로 불러주시어 세상을 밝히길 원하신 주님께 우리는 빛됨으로 영광을 드러내야 합니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로 낙인 찍혀야 할 교회가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 또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로 낙인 찍혀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교회와 신앙인들은 빛됨을 회복해야 합니다. 빛으로 인식되도록 교회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