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엥겔지수

통계학에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정이나 사회 또는 국가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가계 소득의 지출 총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00만원을 소비하는 가정에서 먹을 것을 사는 데 30만원을 쓴다면 엥겔지수는 30%입니다. 가난한 나라나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엥겔지수는 높게 나타납니다. 적은 소득에 우선 당장 먹는데다 지출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엥겔지수가 25% 이하면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최상류층으로 구분을 하고, 25-30%는 상류층이라고 합니다. 엥겔지수가 30-50%이면 중류층이고, 50-70%이면 하류층, 그리고 70% 이상이면 극빈층이라고 합니다.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엥겔지수가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4년도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14%였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몰아쳤고 우리의 삶에 힘들다고 하지만, 엥겔지수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주 잘 사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엥겔지수가 25%만 되어도 최상류층에 속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기에 한참을 못 미친 14%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서민들은 실감나는 수치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가 ‘힘들다 힘들다’ 해도 아주 잘 사는 나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적 엥겔지수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육체를 위하여 먹고 마시는 것을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을 엥겔지수라고 한다면, 내 육체적인 삶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영적 엥겔지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삶과 세상적인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와 비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영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인 엥겔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기중심적이 되어가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서 점점 멀어져 삶이 곤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내 영혼과 마음의 부유함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다면 그 사람은 영적인 사람이 되고 경건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영적인 빈곤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우리나라 엥겔지수가 말해주는 것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제적인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적 기상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풍요가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영혼을 말라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영적으론 빈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유하기 때문에 세상적인 쾌락을 즐길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부족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 기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영적인 삶에서 주어지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잃어버렸습니다. 세상적인 것을 더 많이 얻기 위해서 너무 분주해졌습니다. 그래서 예배드릴 시간이 부족하고, 말씀을 묵상할 시간을 빼앗겨버렸습니다. 하나님을 멀리하고 말씀이 내 안에서 메말라가는 데도 세상적인 부유함 때문에 내 영적인 곤고함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라오디게아 교회 교인들처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을 능력 없이 살아가게 만드는 원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인 초대교회 당시는 오늘 우리 시대보다 분명 엥겔지수가 높을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포도원 품꾼의 비유(마태복음 20장)에서 보여진 것처럼, 제 육 시(정오)와 제 구 시(오후 3시)에도 장터에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는 품꾼들이 있었다는 하루 일당은 고사하고 조금이라도 벌어야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벳새다 광야에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만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이면에는 그 5천 명의 남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백수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 시대나 초대교회 시대는 물질적인 풍요란 결코 누리기가 쉽지 않는 사회였습니다. 그럼에도 초대교회는 신앙인에게 경건의 능력이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2:43에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이 교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움이었다는 뜻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어떤 권세가 있었기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처럼 여겨졌을까요? 그들에게는 산헤드린 공회가 갖는 것과 같은 권력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부자 관리(누가복음 18장)나 몇 년 동안 먹을 것 걱정 없이 곡식을 창고에 많은 쌓아 놓은 부자(누가복음 12장)와 같이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초대교회 교인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그것은 성공한 세상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그런 세상적인 무언가 때문에 생긴 두려움이 아닙니다. 사도행전 2장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초대교회 성도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순전한 마음으로 성도의 교제를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기도하기에 힘썼습니다. 또한 많이 가진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았습니다. 그런 것이 세상 사람들과 초대교회 성도들과의 다른 점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성도들에게는 교회 밖의 사람들이 두려워할만한 영적인 권위가 있었습니다. 바른 신앙을 위해서 노력하는 열정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거기에서 그리스도인의 능력이 보여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 밖 사람들이 성도들을 향하여 갖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가졌던 ‘두려움’이 있을까요? 기독교와 교회가, 그리고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동네 개’처럼 돌팔매질을 당하는 이유는 교회와 성도들이 권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이 가져야 할 영적인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교회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영적 엥겔지수를 낮춰야 합니다. 먹고 사는 데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른 신앙을 갖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성공하기 위한 노력보다도 바른 신앙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