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전주 근교에 모악산이라는 아름다운 산이 있습니다. 793m로 별로 높지 않는 산임에도 등반하는 길이 수십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길을 한 번에 다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내가 걸어온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이 갈 수 있는 여러 개의 길 가운데 오직 하나의 길만을 선택해 여기에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여러 개의 길이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것이든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M. Scott Peck, 1935-2005) 박사는 그의 책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우리가 인생길을 가다가 닥치는 문제와 고통스러운 문제를 피해 쉬운 길을 가려하기 때문에 바른 길을 가지 못한다’고 진단합니다. 우리는 분명 정신적 성숙과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머나먼 길을 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느 길을 가야할지 선택의 문제 앞에서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해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길이든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스캇 펙 박사는 이어 출판한 『끝나지 않은 여행』이란 책에서 우리가 가야할 그 길은 결코 외롭게 홀로 걷는 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와 함께 걸어가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을 수도 있기에 그 길은 기쁨과 찬양 속에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끔까지 살아온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추구하며 가야 할 길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회상할 수 있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에 의해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지금껏 달려온 탄력에 의해서 더욱 힘차게 전진할 수도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잠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우리를 되돌아 볼 수도 있습니다. 탄력에 의해서 가는 길이든, 방향을 바꾸어 가는 길이든 그 길이 도전임에는 분명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가야할 그 길에는 가야할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비신앙인과 다름이 없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갑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과 부대끼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발 딛고 세상과 부대끼며 산다 할지라도 우리 삶의 목적은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의 소금이요 빛’으로 세상 속에 존재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목에 서서 잠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거기에서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스캇 펙이 이야기한 것처럼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당신의 자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그리고 당신의 자녀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하늘의 능력을 공급해 주십니다. 우리의 지난날에도 그랬거니와 앞으로 가야할 길에도 분명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도와주십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때로는 우리의 계획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1차 선교여행지였던 소아시아의 교회들을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의 길을 자꾸만 막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사도 바울의 발걸음을 소아시아가 아닌 마게도냐(유럽)로 틀게 하셨습니다.<사도행전 16장> 결국 사도 바울은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마게도냐(유럽)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기독교 복음의 역사는 놀랍게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계획된 길보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미지의 길이 더 복됨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 순종하여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여유가 ‘신앙의 자리’입니다. 지난 날 걸어온 길과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자리 말입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있는 또 하나의 힘은 연합된 힘입니다.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는 말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의 힘에 또 다른 힘 하나를 더하면 두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비록 작을지라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모여질 때 엄청난 힘이 발휘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처럼 거기에 성령께서 역사하신다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여겨지던 일까지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때론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큰 역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플러스 알파(+α)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역사, 하나님의 도우심 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어떤 길이었습니까? 험난한 길이었습니까? 기쁘고 행복한 길이었습니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어떤 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야만 하는 두려운 길처럼 생각됩니까? 가고 싶은 희망의 길처럼 생각되십니까? 지나온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직도 가야할 길을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야만 하는 두려운 길이 아니라 가고 싶은 희망의 길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첫 출발의 길목이 바로 오늘 우리의 신앙의 자리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을 설렘과 기대로 바꾸어주는 능력은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