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맞서라!

모험가 달란은 그림자 늑대들에 대한 오래된 전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 번 맡은 냄새의 흔적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으며, 어떤 무기로 대항해도 소용이 없고, 그들의 희생양이 소리 없이 사냥을 하며 끝까지 몰아붙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깊은 동굴을 탐험하던 중 그림자 늑대들을 만난 달란은 있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림자 늑대 무리들은 빠른 속도로 점점 가까이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다 넘어지면서 돌에 심하게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림자 늑대들이 그를 덮쳐 날카로운 이빨로 그의 온 몸을 언제라도 찢어발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숨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세 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에 그림자 늑대들이 앉아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아픔 중에서도 힘을 내 앞으로 조금씩 기어갔습니다. 늑대들이 몸을 잔뜩 구부리고서 그를 관찰했습니다. 달란은 늑대들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일어서서 몇 발자국 더 걸어갔습니다. 그림자 늑대들도 일어섰습니다. 달란은 뒤돌아서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늑대들도 달란의 뒤를 바짝 뒤쫓아왔습니다. 힘이 들어 달란이 속도를 늦추자 늑대들도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그 때 달란의 눈에 빛이 보였습니다. 달란은 그림자 늑대들이 빛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동굴과 빛이 비추는 곳 사이에 커다란 절벽이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이제 달란은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용기를 내 늑대들을 행해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그게 마지막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늑대들은 당황스러운 듯 몸을 바짝 바닥에 낮추었습니다. 달란이 빠른 걸음으로 늑대들에게 다가다자 늑대들은 동굴 통로 저편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독일의 작가 롤란트 퀴블러(Roland Kubler)가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림자 늑대’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그림자 늑대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라고 말합니다. 이야기에서 그려주듯이 그것들은 우리를 몰아붙이고 사냥할 뿐, 결코 우리를 덮치거나 물어뜯지 않습니다. 우리가 두려움이라는 늑대들로부터 도망가려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더욱 끈질기게 우리를 쫓아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당히 다가간다면 그것들은 오히려 무력해지고 뒤로 도망치게 됩니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루카스(Elisabeth Lukas)는 ‘두려움은 자신이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행동이나 경계선을 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선을 긋는데서 생긴다.’고 말합니다. 그 두려움은 혐오감 뒤에 숨어 있기도 하고, 난폭함 뒤에 숨어서 사람으로 난폭한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것들, 자신에게 기대하면 안 되는 것들,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확인시키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이것을 로고테라피(Logotheraphy-의미치료) 이론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편하고 싫은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을 향해 용감하게 맞선다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도 그렇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용감하게 다가서면 ‘그림자 늑대들’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신앙은 ‘그림자 늑대’인 두려움을 향해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아주 큰 에너지입니다. 신앙은 내가 가지고 있는 힘만을 의지하지 않고, 내가 신앙하는 절대자의 힘을 빌어 내 삶에 맞설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이 그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욕과 고통의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예루살렘을 향하여 굳게 결심하시고 올라가셨습니다.(누가복음 9:51) 십자가가 점점 다가올수록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라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나님의 뜻이라면’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다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단 한 번도 십자가를 피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십자가에 맞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심으로 십자가에 패배한 것처럼 보였지만, 부활하심으로 죽음의 십자가를 이기셨습니다.

십자가만이 아닙니다. 주님은 모든 것에 그리하셨습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산헤드린이나 권세자들에게 주눅 들지 않으시고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역설(paradox)의 말씀을 선포하시더니 당신이 친히 역설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십자가든, 죽음이든, 권력이든 그 어느 것도 우리 주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주님을 믿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 앞에 그 어떤 어려움이 있든지, 그것이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끝내 ‘그림자 늑대’로 우리 앞에 남을 것이지만, 우리가 맞서면 그것은 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삶 저편에는 우리를 향해 밝게 비추는 빛이 있습니다. 그 빛을 우리의 마음에 품고 그림자 늑대인 두려움과 맞선다면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에서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복음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