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자아의 바람을 빼라

20대의 젊은 청년이 있었습니다. 춥기로 소문난 프랑스 파리에서 겨울을 나기가 싫은 그는 따뜻한 곳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남아프리카 해변입니다. 그런데 그 먼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돈이 여유가 없어, 자동차 한 대를 빌려 친구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을 건너기로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건너는데 가장 먼저 만난 장애물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사하라 사막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게 자동차를 타고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엄청난 모험을 하면서 그는 숱한 고비를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의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착안해 책을 쓰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스티브 도나휴(Steve Donahue)가 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이라는 책입니다.

그가 제시한 ‘사막을 건너는 방법’ 가운데 세 번째 방법이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는 것입니다. 사막은 따로 길이 나 있지 않습니다. 모래 위를 길처럼 달려야 합니다. 그러다가 종종 자동차 타이어가 모래에 빠지기도 합니다. 모래수렁에 빠진 자동차를 빼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막 한 가운데 자동차를 들어올릴 수 있는 중장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차에 와이어를 연결해서 끌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닥에 닿는 타이어의 표면적이 넓어지면서 마찰력이 증가되어 모래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지 않는 한 아무리 가속기(엑셀레이터)를 힘 있게 밟는다 하더라도 모래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점점 더 모래수렁에 깊이 빠져 들어갈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종 모래수렁과 같은 때를 만나게 됩니다. 포장도로와 같이 별 어려움 없이 살 때도 있지만, 아무리 가속기를 밟아도 앞으로 나가지 않고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은 위기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 인생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내게서 바람을 빼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의 자아를 더 크게 만들라고 요구합니다. 나를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입니다. 어느 동물들은 위기를 만나거나 적을 만났을 때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 키우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도 마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더 크게 포장합니다. 실제의 자신 존재보다 훨씬 더 크게 보여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스펙을 쌓기도 합니다. 수많은 이력을 만들기도 합니다. 명암의 앞뒷면 가득히 채워도 모자랄 직함들을 갖기도 합니다. 때론 그것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모래수렁과 같은 위기를 만났을 때에는 그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 때에는 내 인생에서, 또 나 자신의 모습에서 바람을 빼야 합니다. 내게서 힘을 빼고 허황된 자아를 털어내야 합니다. 겸허해져야 합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자신이 낮아져야 합니다. 그것이 모래수렁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며 확실한 방법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문화는 우리에게 거짓된 방법을 강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강한 자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고, 자신을 키워야 세상에서 큰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힘든 때를 만날수록 자신을 키워야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거나 자신이 작아지면 그 상황에서 자신은 패배자가 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려움을 만나면 스스로 작아지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지혜자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겸허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혜자 솔로몬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잠언 16:18)라고 말합니다. 반면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잠언 18:12)라고 선언합니다. 겸손이야말로 우리를 존귀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정확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교만이 자기 스스로 높아지려 하는 것이라면, 겸손은 자기 스스로 낮아짐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높아지려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내가 높아지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나를 높여주지 않으면 그 높이는 어느 새 꺾이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모습에서 바람을 빼면 내가 작아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작아져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작아져도 나는 나로서의 존귀함을 갖는 귀한 존재임을 아는 사람은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아짐으로 더 자유로워지고, 작아짐으로 더 풍요로워지며, 작아짐으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물방울과 같습니다. 물방울이 작을수록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물방울이 커지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짐으로 자유가 더 제한되고, 유리병에 닿음으로 더 쉽게 터질 수 있습니다. 유리병이라는 자아 속에서 우리의 거짓된 모습에 바람을 빼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의 몸집을 더 키우고, 우리의 거짓된 자아를 더욱 키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거짓된 자아의 거품을 제거해야만 진실된 자아를 볼 수 있습니다. 진실된 자아를 바로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높은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내가 아무리 낮아져도 나 자신이 비굴해지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