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비밀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문호는 단연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역사가요 수필가였던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은 ‘인도제국과 셰익스피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 한다면 영국인은 당연히 인도제국을 포기할지언정 셰익스피어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마만큼 영국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러나 며칠 전 영국의 웨일즈 애버리스트위스 대학교(Aberystwyth University)의 연구팀에 의해서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셰익스피어는 유럽이 대기근으로 신음하던 16세기 말에 매점매석과 고리대금을 일삼았던 무자비한 사업자요 악적지주였다고 합니다. 16세기 말은 ‘작은 빙하기’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은 심한 추위와 폭우로 큰 흉년이 들어 극심한 식량부족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지주였던 셰익스피어는 15년 동안이나 곡물 사재기를 했고, 극심한 기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중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부당한 재산을 축적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줘 부당이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식량난이 절정에 다다랐던 1598년에는 약 2,300kg에 달하는 곡물을 사재기하다가 적발되어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셰익스피어의 부끄러운 과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비평가들과 학자들이 셰익스피어가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그런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이 발표되자 학계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리어왕』(King Lear)`과 『코리올라누스』(Coriolanus)와 같은 작품을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토마스 칼라일이 말한 것처럼, 셰이스피어는 인도제국과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에게는 자부심이요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그런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나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불법을 행한 부자들을 떨게 만드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에서 이뤄진 수백만 건의 금융거래 기록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아울러 해외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 수천 명의 신상도 곧 공개될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3일 밝힌 내용으로,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긴 사람은 세계 각국 대통령의 친인척을 비롯해서 재벌, 독재자의 딸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 국내 언론에서도 국세청이 불법 탈세 혐의가 있는 200여명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탈세를 일삼은 부자들과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부업자들, 그리고 고소득 전문직자들이 그 대상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세청 조사관이 무려 927명이나 투입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고소득 자영업자나 역외탈세자 등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불법을 행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재산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결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탈세를 하거나 불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등 불법을 자행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마태복음 10:26)고 말씀하신 그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불법이 드러나 불법을 통해서 얻어지는 이익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들 역시 불법을 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자신의 부정이 드러날 날이 오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성적인 상식으로는 부정과 불법이 언젠가는 탄로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죄와 욕심은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드러난 후에야 뒤늦게 후회를 합니다. 마치 모기에 물린 사람처럼 말입니다. 모기의 침 속에는 항응혈성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마취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침이 우리의 살갗을 뚫고 들어올 때에도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모기가 얼마 동안 피를 빨아먹은 후에야 우리는 아픔이나 가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의 죄와 욕심도 꼭 그와 같습니다. 죄를 지을 때에는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지 못하게 우리의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게도 범죄에 빠지고 맙니다. 욕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심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패망케 하는 길로 우리를 이끌어가지만, 그 욕심이 우리로 하여금 그 길이 패망의 길임을 알지 못하도록 우리의 마음을 마비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성경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죄와 욕심에 마비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만천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설혹 세상에서는 자신의 죄가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에는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눈은 속일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숨겨진 것들을 들춰내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심판대 앞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맙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을 의식하며 사는 것을 ‘종말론적 삶’이라고 말합니다. 종말론적 삶을 사는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 때문에 자신을 속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감출 수 있다고 해서 불의를 행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드러날 때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게 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사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