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 하나

요즘 세계의 언론과 관심은 온통 일본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진도 9.0의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일본이 어머어마한 피해를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원전폭발 사고까지 겹쳐지면서 일본은 그야말로 대참사의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본을 바라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일본경찰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 3천여 명이 넘어셨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집계이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이번 지진과 해일로 인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으니 너무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참사를 보는 또 하나의 생각은 대자연 앞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일본처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서 지진 대비를 가장 잘 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지진과 지진해일 앞에서는 어떤 대책을 강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최첨단을 걷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도 아무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높이 14m의 파도가 시속 600km가 넘는 속도로 덮치는데,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속 150-200km밖에 되지 않는 자동차를 타고 피한다 한들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태풍 앞에서도 우리 인간의 약함을 느끼는데, 이번 지진과 지진해일은 우리로 더욱 그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체 하더라도 자연현상 앞에서조차 그렇게 약한 존재인데, 하나님 앞에 교만하게 떠들어대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또 하나, 일본의 원전사고는 인간의 탐욕과 자만심에 대한 경고임을 깨닫게 됩니다. 원전사고를 키웠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경제논리 때문이었습니다. 24년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은 후 원전에 대한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원전의 책임자들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안전보강을 외면했고, 일본정부와 전력회사가 유착해서 위험을 방치해왔습니다. 지금은 원전사고와 계속된 폭발에 대한 두려움이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당한 고통보다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사고는 수만 명이 인명피해를 당한 지진과 지진해일보다 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공포에 빠져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신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현 시대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경제우선주의입니다. 모든 것이 경제를 앞세우면 다 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건 참으로 더 큰 재앙을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지난 겨울 우리나라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도 모두 경제논리를 앞세운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지금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하다가는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대참사를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참사를 바라보면서 ‘우상을 숭배하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천벌’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혹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성경을 잘못 해석한 사람이고 성경적인 바른 사고를 갖지 못한 사람입니다.(조용기 목사님이 그런 말씀을 했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는데, 사실 조용기 목사님의 말씀은 원래 일본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글이었는데, 일부 안티 기독교 세력과 언론에 의해서 왜곡되어 유포된 것입니다)

누가복음 13장에 보면, 성전에서 빌라도에게 죽임을 당한 갈릴리 사람들과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지면서 죽임 당한 18명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이 나옵니다. 당시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그런 참사로 죽은 사람들은 죄가 많기 때문에 하나님께 벌을 받아서 죽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많아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3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비유를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참아주셨기 때문에 무화과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일 뿐, 열매를 잘 맺고 있기 때문에 찍힘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다른 사람이 당한 재난이나 아픔을 보면서 정죄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합니다.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고 정죄하는 우리 인간의 위선되고 거짓된 모습을 벗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죄가 적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재앙을 만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의롭거나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받은 것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심판을 참아주신 것뿐입니다. 그게 우리에게는 감사할 뿐입니다.

일본의 참사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을 정죄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남을 정죄할 권한이 없습니다. 정죄하거나 판단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십니다. 우리는 우리 이웃 일본의 참사를 보면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눈물의 기도를 드려야 하고, 우리 자신의 죄를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더 큰 매를 맞아야 함에도 참아주신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눈물을 흘려 감사해야 합니다. 남의 고통을 나의 쾌감으로 느껴서도 안 될 뿐더러, 정죄의 손가락질을 해서도 안 됩니다. 조용히 눈물의 기도를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