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과 웅덩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꼭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가 여리고이고, 여리고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엘리사의 샘(Ein Sultan Spring)입니다. 열왕기하 2장의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2,800년 전에 엘리사 시대에 여리고는 지리적 환경은 아름답고 좋으나 물이 좋지 않아 토산물이 잘 익지 못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런 사실을 여리고 성읍 사람들에게 들은 엘리사는 새 그릇에 소금을 담아 가져오라고 하고서, 그 소금을 물의 근원(샘)에 던지며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 물을 고쳤으니 이로부터 다시는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지니라.”(열왕기하 2:21) 그 이후로 샘물이 고쳐져 식수도 되고 여리고를 풍요롭게 하는 물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엘리사의 샘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물의 근원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지붕이 있는 건물을 지어 보호하고 있지만, 이 엘리사의 샘에서는 지금도 분당 약 4.5톤의 생수가 솟아나고 있습니다. 탱크로리가 여기에서 물을 받아가기도 하고, ‘여리고 생수’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합니다.

성경에는 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어디를 파든 우물이 만들어지고 물이 솟아나는 그런 지형이 아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생수가 솟아나는 샘물은 하나님의 크신 축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성경뿐만 아니라 지금도 이스라엘 지역의 지명 가운데 ‘샘’을 뜻하는 ‘엔’(En, 또는 Ei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들이 많이 있습니다. 엔게디(게디-산양의 일종-의 샘, 국립공원), 엔미스밧(판결의 샘, 창세기 14:7,) 엔세메스(태양의 샘, 여호수아 15:7), 엔간님(동산 샘, 여호수아 15:34), 엔돌(거주의 샘, 여호수아 17:11), 엔로겔(포백자의 샘, 사무엘하 17:17) 엔학고레(부르짖는 자의 샘, 사사기 15:19) 엔프랏(국립공원), 엔아브닷(국립공원), 엔케렘(포도원의 샘), 엔헤메드(국립공원) 엔파슈카(국립공원)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오늘날 그 샘이 있는 지역 중에 여러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샘’을 뜻하는 ‘엔’을 넣어 이름을 많이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은 샘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샘이 나오는 지역에는 반드시 ‘샘’을 뜻하는 ‘엔’을 넣어 지명으로 쓸 정도로 말입니다.

샘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물이 많지 않은 지리적 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샘을 끊임없이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샘에는 쉼 없이 샘물이 솟아납니다. 그리고 그 샘물은 세상의 그 어떤 물보다도 맑고 깨끗합니다. 그래서 목마른 나그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값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생수를 제공함으로써 말입니다. 또한 샘물은 흐르고 흘러 냇물을 만들고 강이 되고 바다로 이어지면서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과 물고기들에게 생명을 나누어줍니다. 그래서 샘물은 생명수입니다. 사람에게, 그리고 동식물에게 생명을 나누어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웅덩이는 죽음의 물을 가두는 곳입니다. 큰 비가 온 후에 도로나 들판에 웅덩이들이 생겨납니다. 그곳에 물이 들어차 쌓입니다. 커다란 웅덩이는 더 많은 물을 모으고, 작은 웅덩이는 적은 양의 물을 모읍니다. 웅덩이에도 물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물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모아진 물이 아닙니다. 움푹 파인 곳에 자연스럽게 모아진 물입니다. 그 웅덩이의 물은 누군가를 위해서 퍼 날라지지 않는다면 그 물은 웅덩이에 고여 썩고 맙니다. 커다란 웅덩이는 때론 사람이나 짐승들이 빠져 죽는 죽음의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웅덩이를 우리는 저수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물을 모아놓기 때문입니다. 그 저수지 또한 그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그 안에 쌓인 물은 썩고 맙니다. 심지어 생수와 같은 맑고 정갈한 물이 그 웅덩이로 들어가면 곧 흙탕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고 썩은 물이 되고 맙니다.

그게 샘물과 웅덩이의 차입니다. 샘물은 끊임없이 생수를 흘러 보냄으로 많은 사람과 수많은 동식물을 살립니다. 그러나 웅덩이는 흘러 보내지 않을 때 그 물이 썩을 뿐만 아니라 죽음의 자리가 되고 맙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예레미야 2:13) 하나님은 생수의 근원이 되시는 샘과 같으신 분입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수를 공급해 주심으로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인간은 끊임없이 샘을 버리고 웅덩이를 팝니다. 그 웅덩이는 생수를 저장할 수 없는 웅덩이입니다.

우리 인간이 헛된 욕망에 끊임없이 파는 웅덩이는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은 누구나 복 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어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많은 복을 받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복 받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내가 받은 복을 웅덩이와 같이 내 안에 가두어만 놓는 것입니다. 복이 좋은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이지만, 그것이 내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언젠가 썩는 것이 되고 맙니다. 복은 끊임없이 흘러 보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목적도 아브라함만 복을 받게 하심이 아니었습니다. 복덩어가 된 아브라함을 통해서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시기 위함’(창세기 12:3)입니다.

우리는 샘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샘이십니다. 끊임없이 생명수를 흘러 보내주시는 샘이십니다. 그 하나님을 닮아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담아 두신 복과 은혜를 끊임없이 흘러 보내주어야 합니다. 우리를 통해서 누군가가 복을 받고, 우리를 통해서 누군가가 은혜를 누리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 샘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웅덩이로 살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물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다.”(이사야 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