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보이콧 운동

  보이콧(Boycot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또는 사회와 노동 분야에서 부당행위에 맞서 집단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거부운동을 뜻합니다. 이 보이콧이라는 말은 19세기 말 아일랜드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1845년부터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들어 약 2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에서 감자가 썩는 역병으로 감자를 생산할 수 없었고, 당시 아일랜드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고통 중에 있는 아일랜드 국민들의 아우성을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밀과 옥수수 등 각종 곡물을 영국으로 수탈해 갔습니다. 그러면서 ‘아일랜드 사람들이 멍청하고 미련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어났다.’거나, ‘신을 뜻을 거스르는 아일랜드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거나, ‘아일랜드인들을 더 풍요롭게 할 디딤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서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의 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1879년 제3차 대기근 후에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이라는 영국인이 아일랜드 북동부 지역의 경작지 지배인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기근이 심해져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 처지에 있었기에 소작인들은 소작료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인 지주는 이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지배인인 보이콧으로 하여금 반드시 소작료를 징수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소작인들은 단결하여 지배인인 보이콧을 왕따시키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우편물을 가로채고, 음식을 주지 않아 그가 아사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군대에 의해 구출되긴 했지만, 이 일로 인해 보이콧이라는 그의 이름(성)이 일반 명사가 되어 거부운동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여전히 존재할 때, 흑인들은 기차나 학교, 병원, 음식점, 화장실 등에서 백인들과 분리되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교회마저도 흑인들은 백인들의 교회에 출입이 금지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온갖 이유를 들어 흑인들을 박해했습니다. 그러던 중 1955년 12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재봉사로 일하던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Rosa Parks, 1913-2005)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이에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버스를 타지 말자는 보이콧을 시작했고, 1년 만에 차별 및 분리 법령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것이 보이콧 운동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저항하는 일은 숭고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강요할 때 어떤 개인의 힘으로 그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거나 고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집단적으로 저항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 올바른 사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 집단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하는 보이콧 운동은 결코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동조를 얻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집단 이기주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오늘날 교회가 세상을 향해 보이콧 운동을 벌어야 할 때입니다. 죄악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에 빨간등을 켜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죄악이 만연되고 있고, 돈과 권력이 있으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선지자들은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에 목숨을 걸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바른 믿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담대하게 설파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믿음의 사람들도 그리고 교회도 오늘 우리 시대를 향하여 진리가 무엇인지, 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외쳐야 합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교회중심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개교회, 또는 기독교만을 위한 외침은 세상에 아무런 메아리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강한 저항을 받을 뿐입니다. 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런데 교회의 생존을 빌미로 세상에 저항한다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입니다.

  두 번째로 조심해야 할 것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기 위한 저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근한 예로 이전 정권 시절 보수를 자처하던 한 목사를 중심으로 ‘문재인 퇴진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퇴진 운동이 바른 신앙을 세워가기 위함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인 경향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형집회를 열었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합니다. 교회는 결코 정치집단이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 조심해야 할 것은 그 저항운동이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비폭력입니다. 스탠리 존스(Stanley Jones, 1884-1973) 선교사에게 영향을 받았던 인도의 정신적인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산상수훈의 예수님 정신을 이어받아 비폭력 저항운동을 일으켜 인도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에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어떤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력을 주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할 때입니다. 분명 교회는 죄악된 세상을 향하여 보이콧 운동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방법이나 교회의 유익을 챙기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신앙인의 삶에서 거짓이나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신앙의 가치에 따라서 올곧게 살려는 몸부림을 통해서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의 주류가 되는 죄와 거짓에 당당하게 맞서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세상에 우리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당당하게 ‘아니요(No)’라고 외쳐야 합니다. 교회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삶의 모습으로 참됨이 무엇이고,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신앙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게 오늘 우리 시대에 신앙인이 보여줄 보이콧 운동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세상과 죄를 향한 거부운동(보이콧운동)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 '아침의 묵상'을 수정하여 전북기독신문 칼럼에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