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기쁨

지난 3월 5일, 제가 섬기는 교회 가까이에 있는 전주교육대학교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매년 입학식에는 우리 교회 여전도회 회원들이 나가 입학식에 참석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합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고, 입학식이라는 조금은 경직된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와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차 나눔 봉사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10여 명의 여전도회 회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차를 준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우산을 들고 차를 나눠주는 여전도회 회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의 모습 속에는 짜증이나 불평이 전혀 없었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교회를 홍보하거나 전도를 하기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대학 새내기가 된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그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제 마음속에 한 가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 나눔의 봉사를 통해서 그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늘의 기쁨과 상급을 이미 받아 누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섬김에 자기희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참된 희생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섬김은 나의 희생을 통한 그 섬김이 나에게 무언가 대가나 상급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만일 우리의 섬김에서 어떤 대가나 상급을 바란다면, 그것을 바라면서 섬김을 고통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참된 섬김의 자세가 아닙니다. 섬김은 이미 그 자체로 우리에게 충분한 대가가 되기 때문입니다. 섬김은 그 자체 속에 이미 상급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섬김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섬김을 받는 사람들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모습으로 그 일을 하게 됩니다.

신앙인들에게는 섬김의 에너지가 풍성하게 간직되어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그 섬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희생적 섬김을 통해서 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은 철저하게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셨습니다. 우리를 기쁨으로 섬겨주셨습니다.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은 예수님의 섬김의 한 예를 보여줍니다. 주님은 섬김을 받으셔야 할 분입니다. 그런데 3년의 사역 기간 동안 우리 주님은 제자들에게 단 한 번도 ‘나를 섬겨야 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섬김 받아 마땅한 분이 섬김 받으려 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기꺼이 섬겨주셨습니다. 그랬기에 우리는 주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를 섬겨야 한다’고 강요하셨다면 우리가 주님을 섬길 때에 우리 마음에 불평이 일었을 것입니다. 교회를 섬기고 주님을 섬기는 것이 기쁨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요구하셨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강요된 곳에는 큰 구렁텅이가 있어 기쁨과 행복을 앗아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나를 사랑하라’는 요구도 하지 않으셨고, ‘내가 너희를 위해 희생한 것처럼 너희도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씀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섬기며 희생하는 일이 기쁨이 됩니다.

우리의 섬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목적을 가진 섬김은 참된 섬김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섬기는 쪽에 어떤 유익을 기대하는 섬김은 바른 섬김일 수 없습니다. 그런 섬김 속에는 선물로 주어지는 기쁨을 향유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소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섬길 뿐입니다. 자신이 녹아지고 희생함으로 다른 것에 맛을 내게 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소금의 맛을 내면 그건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잘 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교회를 비롯해서 오늘 세상을 섬기는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그런 섬김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섬김 속에 주어지는 기쁨과 행복으로 만족하고, 그 섬김 속에 또 다른 어떤 목적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섬김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나타나고 그래서 복음 증거에 유익을 준다면 그것은 섬김의 목적이 아니라 섬김의 열매로 맺혀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섬김 속에는 이미 우리가 받아야 할 모든 은총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다른 어떤 열매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보너스로 주시는 것입니다. 심지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귀한 상급이 주어진다면 그것 역시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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