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족인가?

문화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문화는 늘 새로워지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문화를 표현하는 용어들이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한 때 우리 문화는 ‘방(房)의 문화’라고 일컬어지기도 했습니다. 노래방, 찜질방, 안마방, 게임방, 보드게임방, 소주방, 멀티방, 비디오방 등 이름도 생소한 방들이 등장했고, 심지어 19금에 해당되는 방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문화는 다른 사람에게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습니다.

오늘 우리시대를 표현하라고 한다면 ‘족(族)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욜로족, 비혼족, 딩크족 등이 그것입니다. 욜로(YOLO)이란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한 번 뿐인 인생에서 현재의 삶이 가장 중요하기에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것입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오늘 즐기는 것을 절제하고 알뜰하게 모으는 것이 옛문화였다면, 나중의 행복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 즐겨며 살겠다는 것이 오늘의 문화입니다. 그런 욜로족와 연관된 것이 비혼(非婚)입니다. 비혼이란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삶의 형태입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을 즐기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를 제약하게 하는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오늘의 트렌드입니다. 딩크족도 같은 맥락에서 연결됩니다. 딩크(DINK)란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로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수입은 두 배로 늘어나지만,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수입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돈을 벌어야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부부 중 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니트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니트(NEET)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학생이 아니면서 취직을 하지 않을 뿐더러 취직을 위한 준비(직업훈련이나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15-34세의 젊은이들 가운데 이런 니트족이 무려 147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뭉크족도 있습니다. 뭉크족은 도시에 살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바쁜 현대도시생활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요가나 반신욕 또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조성 등을 통해서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생입니다. 그 외에도 노마드(nomad)족, 그루밍(grooming)족, 쇼루밍(showroomer)족, 피딩(FEEDing)족, 캥거루(kangaroo)족, 알바족, 프리터(freeter)족, 여피(Yuppies)족, 듀크(DEWK)족, 딩펫(Dinkpet)족, 딘스(DINS)족 등 다양한 이름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족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뜻일 것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전까지 우리의 삶은 단순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장하면서 교육을 받고, 교육기간이 끝나면 직장에 들어가 곧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가장으로, 또는 주부로 살았습니다. 그것이 마치 의무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당연시되던 것들까지도 거부하면서 자기들의 개성과 자신들의 삶의 형편에 맞춰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삶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무슨 족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앞에서 언급한 ‘-족’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삶의 형태에 따른 분류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가 나를 정의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으로서 나는 어쩐 부류의 사람입니까? 믿음은 끊임없이 세상의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따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은 세상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분명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엘리야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살라고 합니다. 엘리야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와 바알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열왕기상 18:21) 권력의 중심에 있던 왕비 이세벨의 강압에 의해서 바알신앙을 가져야 했고, 그렇다고 조상 때부터 섬겨오던 여호와 하나님을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두 신앙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엘리야 선지자는 ‘둘 사이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하나님인지 바알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 외침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동일하게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세상의 욕망과 물질적 이득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세상의 강요에 우리는 때로 하나님을 온전하게 따르는 신앙을 포기하곤 합니다. 내게 주어지는 세상적 유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한 발은 하늘에, 한 발은 세상에’ 걸치고 사는 이중적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한 발은 신앙의 길을 가고 다른 한 발은 세상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짝다리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세상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보실 때에는 신앙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불쌍한 영혼일 뿐입니다.

비록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온전히 하늘을 향하여 걸어갈 때 우리는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때론 그 길이 고난의 길일지라도, 때로는 신앙으로 인해 손해 보는 길일지라도 우리는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신앙은 고집스러워야 합니다. 신앙을 감싸고 있는 환경이나 문화는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하지만, 신앙의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신앙의 본질이 바뀐다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변질이 되고 맙니다. 세상이 우리로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며 살라고 유혹할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믿음을 고집하며 살아야 합니다. 한번뿐인 인생 오늘의 행복과 풍요를 누리는 사람을 ‘욜로족’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한번뿐인 인생이기에 오직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만을 따르는 ‘신앙족’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