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블랙아이스

겨울철 차량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블랙아이스(Black Ice) 현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11월 21일(화) 아침에 일산대교에서 14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3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그 원인은 블랙아이스 때문입니다. 11월 22일에는 가평군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13중 추돌사고가, 같은 날 경기도 광주 제2영동고속도로에서 3중 추돌사고가, 24일에는 경기도 안산 선부고가도로에서 21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모두 블랙아이스 때문입니다.

블랙아이스란 기온이 내려가면서 먼지와 매연이 섞인 살얼음이 끼는 것을 말합니다. 도로가 아스팔트와 같은 검은 색으로 코팅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도로의 아스팔트와 같은 검은 색이어서 운전자들의 눈에는 평일의 일반도로처럼 보이거나 조금 젖어 있는 정도로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어붙은 빙판길이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겨울철 다리나 터널 직후 또는 커브길 등에서 이런 현상으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보여지는 모습은 평상시와 다름이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도로, 그래서 블랙 아이스는 사고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상에 보여주는 모습이 혹 블랙아이스 현상과 같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고와 사건을 일으키는 현장에 교회가 있고 성도가 있습니다. 매체를 통해서 보도되는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여기에도 기독교가 관련되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부터 듭니다. 그리고 그 동안 교회나 성도들이 관여되어 왔던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이제 세상을 교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예장합동 교단에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늘 우리 시대에 한국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불과 28.4%인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무려 71,6%나 됩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교회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1999년 있었던 옷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한없이 추락해 왔습니다.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았던 신동아그룹의 최순영 회장은 장로였고, 최순영 회장의 구명운동에 로비를 했던 부인 이형자는 권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로비에 관련된 사람들 중에 기독교인이 굉장히 많았고, 청문회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거론하며 맹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에 하나님의 이름이, 교회와 교회의 직분들이 언급되면서 기독교는 더 이상 신뢰받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 중심에 교회나 교인들이 관여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목사가 사기, 공금횡령, 장애인 폭행, 심지어 몰카를 찍다 걸리는 등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키는 또 하나의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명성교회 세습입니다. 은퇴한 담임목사가 자기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은 분명 교단의 법을 무시하는 힘 있는 자의 횡포요 괴변입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그 일을 교인들의 70% 이상이 원한다는 명목으로 감행한 것은 부도덕한 일이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김삼환 목사 부자의 거짓말입니다. 분명 그는 예배 설교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교인들 앞에서 ‘70세 정년이 되면 단 하루도 목회를 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2년 전인 2015년 12월 은퇴를 하고서도 지난 주일인 2017년 11월 12일까지 계속 명성교회를 목회해 왔습니다. 그리고 은퇴할 때에 ‘아들에게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아들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담임목사직을 세습한 아들 김하나 목사 역시 2013년 11월 12일 장신대학교 종교개혁 세미나 중에 ‘세습금지는 역사적 요구이며, 총회 결의에 따르겠다.’고 말했고, 그 이후에도 세습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습보다 더 문제인 것은 거짓말을 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블랙아이스는 아스팔트 색의 얼음이 도로를 덮는 것입니다. 아스팔트가 아닌 것이 아스팔트인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사고가 나고 때론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갑니다. 거짓말은 블랙아이스와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실을 감추고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한국교회가 세상을 행해서 진실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진실하신 분입니다. 진실하신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교회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진실해야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거짓으로 포장하고, 거짓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 해도 교회는 진실을 선택해야 합니다. 진실의 길이 고통의 길이고, 진실이 우리에게 때론 손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손해와 고통을 감수하고서라고 진실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인의 길이고 교회가 가야할 길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개혁은 자신의 잘못과 허물을 바르게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들춰내는 것이 세상 속에서 빛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에 유익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스스로 부정과 잘못을 인지하고 고백할 때에만 개혁은 이루어집니다. 그런 개혁이 이루어져야 만 교회는 세상에 빛됨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에 블랙아이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교회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가는 생명의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 길 위에 드리워진 블랙아이스를 걷어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교회가 복음 안에서 살아 있음을 세상에 증명하는 것이고, 교회가 세상 속에 참된 생명의 길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