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은혜의광장

작성일 : 2006-10-23 13:32

세상의 기준이 되는 교회

글쓴이 : 안효관

사람들은 나름대로 삶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같은 시간에 두 가지의 일이 겹쳤을 때에 어느 일을 먼저 할 것인가? 선택의 순간에 섰을 때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 등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일들을 결정할 때에 어떤 기준이 필요하고 그 기준에 의해서 삶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에도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해서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일을 결정합니다. 그렇게 선택이나 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을 흔히 ‘가치관’ 또는 ‘인생관’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신앙인이 가져야할 가치관은 무엇일까요? 신앙인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 우리의 가치관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세상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서 구별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하나님 나라의 법칙으로 사는 우리가 이 세상에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말 우리는 세상에 기준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400여년의 애굽에서의 삶과 40년의 광애 생활을 마감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도착했습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광야생활 중에 그들은 인도했던 민족의 지도자인 모세와 같은, 또 가나안을 정복할 기간 동안 그들의 지도자였던 여호수아와 같은 정치적인 지도자가 없었습니다.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부족동맹체로 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변의 모든 나라들은 왕정정치를 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에게는 하나님께서 왕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사사를 세우셔서 어려움을 이기하셨습니다. 적군을 물리치고 나라가 평안을 되찾으면 사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사가 되었다고 해서 평생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에게 왕이 없다는 것 때문에 불평했습니다. 미디안, 블레셋, 모압, 암몬 등 주변 나라들은 모두 왕정정치를 하고 있었고, 권력이 왕을 중심으로 한 강력하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라들이 강해 보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게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서 하나님께 왕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왕정정치가 아닌 신정정치를 꿈꾸고 계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끈질기게 왕을 요구했습니다. “백성이 사무엘의 말 듣기를 거절하여 가로되 아니로소이다. 우리도 우리 왕이 있어야 하리니 우리도 열방과 같이 되어 우리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우리 앞에 나가서 우리의 싸움을 싸워야 할 것이니이다.”(삼상 8:19-20)

“열방과 같이 되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다워야 하는데, 그들은 스스로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열방의 정치제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열방의 삶의 방식을 닮고 싶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다스리시는 신정정치를 포기하고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왕정정치를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있는 열방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스스로 가장 고귀한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을 닮아가라고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기준이 되게 하시려고 우리를 세상 속에서 부르셨습니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 신앙의 가치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참된 가치요, 참된 가치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창 18:18)

세상이 맘모니즘에 빠져 돈과 재물과 소유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 때에, 우리는 세상에 돈이나 소유보다 훨씬 더 고귀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인과 교회가 세상처럼 돈과 재물과 출세로 성공의 기준을 삼을 때에 우리는 깨끗한 양심과 올바른 삶의 모습이 진정한 성공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말입니다. 교회 안에서 재물이 많은 사람, 세상에서 권세를 가진 사람, 많이 배운 사람 등등 세상적인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을 더 좋은 교인처럼 생각하거나, 큰 교회는 좋은 교회, 큰 교회를 섬기는 목사는 성공한 목사라는 ‘신앙인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맘모니즘’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세상을 향해 ‘나를 보라. 나를 본 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신앙인과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러움이 되어야 하고 두려움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세상의 뒤를 좇아가는 것 같아 슬픕니다. 세상의 문화, 세상의 가치, 세상의 삶의 모습을 앞 다투어 닮아가는 이상한 현상이 교회와 신앙인들의 의식에 자리매김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신앙인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개혁교회(Reformed church)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속화되고 세상을 닮는 교회에서 하나님의 기준에 맞는 교회로의 끊임없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는 세상이 교회를 무시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세상에 모델이 되고 기준이 되어서 세상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