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은혜의광장

작성일 : 2008-10-14 16:46

아름다운 공동체를 위하여

글쓴이 : 안효관

한 연못에 아름다운 황금색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그를 부러워하며 곁에 갚고 싶었지만, 황금비늘 물고기의 도도함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황금비늘 물고기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하나도 없어졌고,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습니다. 그 즈음에 다른 연못에서 이사 온 물고기가 황금비늘 물고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말을 걸어왔습니다. 외로워하던 황금비늘 물고기는 그를 반갑게 맞이했고, 둘은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사 온 물고기가 황금비늘 물고기에게 부탁했습니다. “친구야, 너의 아름다운 황금비늘을 하나만 나에게 주렴.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 황금비늘 물고기는 선뜻 자신의 황금비늘 하나를 나눠주었습니다. 그것을 받아든 친구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황금비늘 물고기도 더없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것을 본 다른 물고기들도 황금비늘 물고기에게 몰려와 황금비늘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때마다 황금비늘 물고기는 자신의 황금비늘을 하나씩 선물로 나눠주었고, 모든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황금비늘을 친구들에게 다 주어버린 황금비늘 물고기는 이제 평범한 물고기가 되었지만, 주위에 친구들이 많아져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연못을 지나던 사람은 연못 전체가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연못 전체가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변한 것은 황금비늘 물고기로부터 황금비늘을 하나씩 나눠받은 물고기들이 모두 황금 비늘을 입에 하나씩 물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연못 전체가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심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까지 불행의 늪에 빠지게 합니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내게 있는 작은 것을 나눌 때에는 나 자신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을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쓴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이란 책이 있습니다. 제임스는 그 책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은 네 단계를 거쳐 성숙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현실적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기심을 버리는 것에서 신앙의 성숙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기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 16:24)고 말씀하셨는데,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바로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신앙은 성숙해지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초능력적인 하나님의 역사가 내 생활 속에 연계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큰 역사 속에 내가 있고, 하나님의 큰 은혜 안에 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주변에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이는 일들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시는 손길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깨닫고 하나님의 역사하시는 손길을 느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런 하나님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지면 우리의 신앙은 두 번째 단계로 성숙한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에 내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줄 알고 그 이후는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한계를 확실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온전한 자유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앙 성숙의 네 번째 단계는 정서 중심의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사고와 삶과 모든 것 속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에도 사랑으로 대하고, 세상을 바라볼 때에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말을 할 때에도 사랑으로 말하고,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에도 사랑으로 듣습니다. 행동할 때에도 사랑으로 행동합니다. 모든 것 속에 사랑이 녹아져 들어가서 사랑이 내 삶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이것을 ‘영성의 극치-영성의 핵심’(Core quality of spirituality)라고 말합니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대로 우리의 신앙은 이기심과 욕심을 포기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랑에서 완성됩니다. 사랑의 완성에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욕심을 포기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좀 더 움켜쥐려는 작은 욕심은 나를 욕심의 포로로 만들고 맙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유자가 아닌 노예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많이 가졌지만 노예입니다. 많이 가졌기에 행복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엔가 자신을 되돌아보면 헛된 것에 노예가 된 채 살아왔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욕심은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욕심은 우리의 이성을 어둡게 만들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맙니다. 욕심은 깨끗해야 할 우리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맙니다. 우리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면 온갖 더러운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욕심은 성결해야 할 우리의 영혼을 죄로 물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합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더 나아가 욕심은 내 주위를 황폐하게 만들고 맙니다. 아름답고 멋있어야 할 공동체에 금이 가고 그 공동체를 깨뜨리는 것은 작은 욕심입니다. 욕심은 자아중심적인 사고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남을 위해 배려나 남을 위한 자기희생을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그리스도를 우리의 마음에 모시고 사는 우리는 육체와 함께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거룩한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에는 향기가 나고, 황금비늘로 인해 연못이 아름다워진 것처럼 우리를 통해서 우리의 공동체와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