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은혜의광장

작성일 : 2006-01-30 03:21

대나무 묵상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대나무 묵상

지난 1월 12일과 13일 교회를 함께 섬기는 교역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교역자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수련회를 가던 첫날 먼저 담양에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들렸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대나무 숲을 거닐면서 2006년 한 해 동안 대나무의 성품을 닮는 목회자로 교회를 섬겨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자랐던 고향집 뒷마당에도 작은 대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둔 고향집 대나무들은 아름다움과는 별로 상관없는 천덕꾸러기 같았습니다. 널브러지게 자란 그 대나무 숲에는 숨바꼭질을 하거나 대나무 사이에서 자라던 감나무에 올라가기 위해서 가끔씩 들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나무들을 보면서 대나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시골집의 대나무와 달리 테마공원의 대나무 숲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잘 관리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은 가지는 제거하고 썩은 나무들은 골라내고 하는 끝임 없는 작업들이 그 아름다운 숲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 안에도 제거해야 할 것들을 제거할 때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하나님 앞에 생명력이 흘러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방치하면 시골집 대나무 숲처럼 천덕꾸러기가 되지만, 욕심과 탐욕과 시기와 미움, 그리고 분노와 더러운 생각 등 제거해야 할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은 더욱 풍성한 생명의 은혜 속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썩은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에는 세상살이에서 지친 영혼들이 쉼을 얻기 위해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작은 겨자씨가 큰 나무로 자라면 거기에 새들이 깃들이게 된다는 천국의 비유처럼 말입니다.

시골집의 것과는 달리 3만평 위에 심겨진 그곳 대나무들은 모두가 한 결 같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약 20m도 더 되는 큰 대나무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은 보는 우리의 마음을 시원케 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은 난잡하게 자란 시골집의 것과 같은 대나무를 보기위해서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자라있는 나무들을 보며 감탄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향하여 곧은 영성을 가지고 살아갈 때 세상은 우리를 인정해줄 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 존중해줄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상을 닮는 그리스도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살아가지만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의 영을 가지고 하나님을 닮는 거룩한 사람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세상을 닮는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목회자이기를 희망하듯이 말입니다. 그러기에 목회자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이나 한 결 같이 하나님께로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 앞에 올곧은 믿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해 보았습니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나무들 가운데 크기와 굵기가 다른 대나무들이 많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종류의 대나무들은 크기와 굵기에 상관없이 마디의 길이가 거의 비슷했습니다. 굵은 것은 지름이 15cm 이상 되어 보이는 것도 있는가 하면 얇은 것은 3cm 정도에 불과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디의 길이는 거의 같았습니다. 그 마디가 많으면 키가 큰 대나무가 되고 그 마디가 적으면 키가 적은 대나무가 됩니다.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품과 배움의 정도와 삶의 환경과 신앙의 경력이 다 다릅니다. 삶의 굵기는 다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같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살아가야 할 하나님의 사람들임에는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동일하게 사랑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동일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신앙성숙의 모습은 내 나름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마디 마디를 통해서 우리의 신앙이 자라가기는 것입니다.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어”(빌 2:2)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 가는 일꾼들이 되어야 합니다.

대나무는 여러 가지고 쓰인다고 합니다. 건축자재로 쓰이기도 하고, 가정에서 쓰는 생필품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낚시대와 같이 우리의 여가를 위해서 쓰여 지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나 기타 농사를 짓는 일에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땅을 견고하게 하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관상용으로 심겨지기도 합니다. 죽순은 우리의 먹거리로 사용되며, 요즘에는 대나무를 이용하여 지은 밥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밀접하면서도 다양하게 쓰여 지고 있는 것이 대나무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각기 다른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창조하시고 다양한 은사를 주신 것은 우리를 하나님의 나라의 여러 부분에서 쓰시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우리를 세상 곳곳에 심어놓으신 이유도 우리의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작은 예수가 되어 하나님의 필요를 따라 다양하게 쓰시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그냥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필요에 따라 가장 적당한 곳으로 내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가정에, 우리의 직장이나 학교 등의 삶의 자리에 보내심을 받았습니다. 내가 그곳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요 나를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전주남성교회 목사로 보내신 것도 저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목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보내심을 받았습니다.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주님의 보내심을 받았음을 인정하고 삶의 선교사로서 사역을 감당할 때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세워질 것입니다.

대나무!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보아왔던 그것이 올해는 나의 신앙을 다짐해 보는 하나님의 음성의 도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