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하시는 하나님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차드 H. 세일러( Richard H. Thaler) 시카고대학교 교수입니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을 심층 탐구해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 대상으로 끌어올린 점’을 선정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가정 하에 경제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세일러 교수가 주장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부분적으로 합리적’이라고 가정하고, 인간 주변의 심리적 또는 사회적 요소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그의 주장을 잘 나타내는 것이 넛지 이론(Nudge Theory), 또는 넛지 효과(Nudge Effect)입니다.

넛지(Nudge)라는 말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듯을 가진 단어입니다. 넛지 이론이란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슬쩍 찌름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 그의 선택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그런 이론은 우리의 실생활에 아주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 파리를 한 마리 그려놓으면 남자들은 심리적으로 그 파리를 맞추기 위해 소변기에 더욱 접근하여 소변이 바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아이들이 질병을 잘 걸린다고 합니다. 손을 잘 씻기만 해도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에 한 시만 단체가 아이들의 손 씻기를 유도하기 위해서 비누 속에 장난감을 넣어 배포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꺼내기 위해서 손을 자주 씻게 되었고, 질병 발생률이 70%나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넛지 이론을 접목하여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라고 강요하거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건드려줌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한 방법입니다.

성경 속에서 우리는 그런 넛지를 사용하시는 우리 주님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한보음 8장에 기록된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은 모세의 율법에 의해서 돌로 쳐 죽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람들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기 위해서 손에 돌멩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라도 그녀를 향하여 돌을 던지려 하는 무리들을 막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그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넛지를 사용하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짧은 한 마디가 거기에 모인 무리들의 양심을 슬쩍 건드렸습니다. 양심을 찔렀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모두 여인에게 돌을 던질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돌을 던지면 곧 이어 여기저기에서 돌을 던질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짧은 말씀이 넛지가 되어 그들의 양심을 찔렀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았다면 그들은 분명 여인을 향해 돌을 던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양심에 가책을 받은 한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돌멩이를 힘없이 땅에 내려놓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땅에 떨어지는 돌멩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는 어른부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돌로 쳐서는 안 된다.’고, ‘자비를 베풀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다면 돌멩이는 여지없이 여인을 향해 날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양심을 찌르는 넛지가 그 여인의 생명을 살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넛지를 사용하십니다. 우리가 찬양을 부를 때 우리의 감성에 뜨거움이 울컥 솟아나도록 당신의 은혜의 손가락으로 우리의 마음을 찌르십니다. 말씀을 들을 때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듯 강렬한 깨달음은 아닐지라도 세미한 음성으로 우리의 감성을 만져주셔서 낙망한 자리에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도 하십니다. 때로는 성도들과 교제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마음에 작은 깨달음이라는 넛지를 주셔서 우리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회복되게 하십니다.

우리가 전도할 때에도 넛지 효과를 이용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예수님의 이름을 듣지 못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그들로 하여금 예수님 품으로 오는 것을 막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존심일수도 있고,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예수 믿어야 한다고, 예수 믿고 천국가야 한다고 외쳐도 그들에게는 헛된 메아리가 되고 맙니다. 그들에게 주님께로 돌아오도록 그들의 감성과 마음을 건드려주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때로는 너무너무 힘들고 고달파 하나님께 기도하거나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청하고 싶지만, 무언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하나님께로 향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넛지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 박사가 말하는 ‘넛지 전도’입니다.

새롭게 시작한 2018년도에는 우리의 감성과 신앙에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넛지를 더 많이 경험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찬양의 소리가 계속되고, 낙망의 자리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말씀으로 용기를 얻어 힘차기 믿음의 경주를 해 나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넛지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우리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 긍정의 넛지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살리고 회복하는 일을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넛지하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의 넛지를 통해 새롭게 되는 성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