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 시대의 신앙

지난 1월 1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8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의 수는 808만5,526세대라고 합니다. 전체 2,204만2,947세대 가운데 36.7%가 1인 가구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인 2008년에 1인 가구의 수는 600만3,551세대였습니다. 10년 만에 1인 가구의 수가 200만세대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이제는 1인 가구로 산다는 것이 전혀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가장 먼저는 ‘빈둥지 노인’이 많아진 까닭입니다. ‘빈둥지 노인’은 성인이 된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배우자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홀로 지내는 노인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5명 중 1명이 빈둥지 노인이고, 2035년에는 4명 중 1명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나홀로족’의 증가입니다. 결혼보다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을 원하는 2030세대가 급속도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러기가족’입니다. 직장이나 학업 등의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가족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유학을 간 자녀를 따라 아내가 외국에 나감으로 국내에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가 많았지만, 이제는 부부가 서로의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습니다. 1-2인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고, 1인용 세탁기나 1인용 밥솥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편의점에서는 1인용으로 포장된 다양한 식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1인 가구의 증가가 낳은 특성 중에 하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반려동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반려동물을 위해서 쓰는 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 속에서 신앙의 양태도 변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홀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홀로 살아가는 것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의 영역에 침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회의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가 성도의 교제이고, 이런 성도의 교제를 통해서 맺어진 끈끈한 신앙적 연대가 교회의 사역을 감당하는 일에나 이웃을 섬기는 일에 큰 힘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성도의 교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주일 낮예배에 출석하여 예배 한 번 드리는 것으로 신앙생활의 모든 의무를 다 한 것처럼 생각합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또 그가 어떤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지 알 바가 아닙니다. 그저 나만 예배를 드리고 나만 은혜를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해버립니다. 그런 신앙은 결국 개인주의적 신앙으로, 더 나아가 이기주의적 신앙으로 변질되어 갑니다. 나만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이요 이기적인 신앙은 복음전도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내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야 한다는 신앙적 사명감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편한 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물론 현대의 모든 신앙인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혼자이기에 제약 받는 것이 없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신앙생활하면서, 전도하고 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홀로 있기에 사람이 그리워 더 많이 교제하길 원하고 앞장 서서 교제하는 일에 힘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홀로 있기에 자신만을 위해 돈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더 많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나홀족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의식 속에 개인주의적인 생각과 사고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많은 부분이 ‘나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입니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도 ‘나 홀로’가 아닙니다. 함께 찬양하고, 함께 신앙을 고백하고, 함께 기도합니다. 말씀을 듣는 것도 나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에 말씀하시는 부분만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에 주시는 말씀으로 듣기도 합니다. 성찬식을 통해서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눌 때에도 성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주님의 몸된 지체임을 고백하며 서로를 세워주도록 함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목적도 거기에 있습니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태복음 18:20)고 주님을 말씀하십니다. 교회라는 명칭 자체도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의 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무리‘이며 ’나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입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우리를 ‘더불어의 무리’로 부르신 이유는 나 홀로 세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길 원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더불어 함께’ 하는 힘으로 세상에 선한 역사를 만들어가길 원하십니다. 나 홀로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이겨내도록 믿음의 형제들과 동행하게 하셨습니다. 아담 홀로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이룰 수 없어 ‘돕는 배필’를 붙여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갈수록 홀로 있기를 원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교회는 세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믿음의 사람으로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로 교회에 속하여 신앙이 성장하도록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오늘 우리 시대의 신앙인들은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를 위한 신앙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