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은혜의광장

작성일 : 2006-10-18 16:02

정직함이 요구되는 시대

글쓴이 : 안효관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경험입니다. 교회에는 나오지 않지만 경로대학에 나오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어느 날 저를 찾아와서 ‘아들 이름으로 연말정산을 위해서 교회에 헌금을 했다는 증명서를 하나 떼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물론 그 아들은 우리 교회에 나오는 분이 아닙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교회에 헌금을 한 적도 없는 분입니다. 할머니의 말로는 울산에 있는 어느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어머니가 교회 경로대학에 다닌다고 하니까, 목사님께 이야기를 해서 기부금 납입증명서를 떼어 달라고 부탁해 보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선 시골 할머니가 기부금 납입증명서가 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그 할머니의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기부금 납입 증명서는 교회에 헌금을 한 사람에게만 해 주는 것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분들 중에서도 헌금을 하지 않으면 떼어주지 않고, 헌금을 했다 하더라도 헌금만 액수만큼만 해주지, 더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떼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경로대학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으셨던 그 할머니께서 경로대학에 나오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목사에게 섭섭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면목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일로 인해서 성실한 경로대학생 한 분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회는 정직해야 합니다. 교인 역시 정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요구하시는 삶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직함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목적을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그(아브라함)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창 18:19) ‘의와 공도’ 즉 정직하게 살기를 원하셔서 아브라함을 택하셨고, 그 정직함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말씀을 이루길 원하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후손인 우리 신앙인들은 정직해야 합니다. 정직함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 신앙인들에게 요구하시는 삶의 가장 중요한 요청입니다.
제가 만일 그 할머니의 요청대로 그분 아들의 이름으로 기부금 납입증명서를 떼어주었다면 그분은 얼마의 세금을 돌려받고 기분이 좋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마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교회도 별 수 없구나. 부정한 방법이 다 통하는구나.’ 그러면 그분에게 교회는 부정한 방법이 통하는 곳이 되고 맙니다. 더 이상 교회에서 거룩함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중요한 도덕적인 덕목이 있다면 그건 아마 정직함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분이 2주 만에 사퇴해야 했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정직함의 미달이었습니다.

미국 최대 기업중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사(General Electric Co)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자신이 쓴 경영지침서《위대한 승리》(Winning)에서 기업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정직’이라고 말합니다. 정직을 잃어버린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도 그럴진대 교회와 신앙인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 교회는 어떻습니까? 한국 교회가 이 시대에 정직함의 기준이 되고 있는지 우리는 정직하게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이 시대를 향하여 정직해야 한다고 외친다면 우리 시대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마음에 찔려 우리가 어찌할꼬?”(행 2:37) 하고 회개했던 사람들처럼, 교회의 외침에 이 시대 사람들이 마음에 찔림을 받는다면 교회는 정직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나 잘 하세요”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교회가 정직하지 못했다는 말일 것입니다. 신앙인이 ‘내가 예수 믿는 사람인데’ 라며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고 할 때 믿어준다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 시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 교회와 신앙인이 정직함을 잃어가고 있을까요? 삶이 말에 뛰 따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직함은 말에 있지 않고 삶에 있습니다. 삶을 통해서 정직함과 거룩함을 이 시대에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교회와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습니다.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교회, ‘사랑한다’ 말하면서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한 신앙인은 정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은 우리의 삶과 교회의 미래를 침몰시키는 ‘거짓의 바이러스’일 뿐입니다.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가 재산의 절반을 교회에 헌금하고서도 불행을 당해야 했던 것은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모습은 하나님을 속이는 것이요 하나님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직해야 합니다.

교회와 우리 신앙인들은 말은 좀 더 적게 하고, 삶을 더 풍성해져야 합니다. 말보다 삶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사랑의 실천이 더 많아져야 하고, 축복한다는 말보다도 축복을 나누는 삶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세상 구석구석이 거짓으로 물들어 있고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교회는 더욱 정직해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더욱 정직한 삶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비록 정직했다는 것 때문에 부정이 통하는 세상에 미움을 받아도 끝내 정직해야 합니다. 정직하다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보고 왕따를 당한다 하더라도 신앙인은 정직해야 합니다. 우선 당장은 거짓과 부정이 통하는 것 같고 그게 지름길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궁극적인 승자는 진실이요 정직이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마음을 감찰하시고 정직을 기뻐하시는 줄 내가 아나이다.”(대상 29:17) 예레미야 5장 1절에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다급하게 찾고 계심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그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정직히 행하여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 드리는 한 사람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