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단상>

  미국의 태평양 해안은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산타루시아(Santa Lucia) 산맥 중턱에 외로이 태평양을 바라보고 서 있는 웅장한 저택 한 채가 서 있습니다.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삶을 살았던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가 남긴 꿈의 저택입니다. <위의 사진>
  허스트는 미국에서 신문을 34개나 경영했던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그는 약 1,500만평 정도의 땅과 산을 사서 여름 3-4개월 동안 피서하기 위해서 그 별장을 지었습니다. 그 별장을 짓는데 30여년이나 걸렸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의 경제에 불황이 닥치자 결국 건물은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 집에는 방만 160개가 되고, 야외 수영장 바닥에는 눈 같이 하얀 대리석을 깔아놓았습니다. 그리곤 세계 각국에서 2-3천년 된 희귀한 조각품들과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여 장식했습니다. 집을 짓는데 사용된 공사비를 제외하고도 그런 고가의 장식품을 사들이기 위해 쓰인 경비만도 50년간 매년 100만불 이상 들었다고 합니다. 저택이라기보다는 궁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 집은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라고 불리리는데,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기증이 되어서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 집을 한 번 구경하려면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꼬박 구경을 해야 할만큼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집을 지은 허스트 자신은 그 집을 다 완성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집에 들어와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엊그제 건설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 자택입니다. 공시가로 91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또 다른 집이 공시가 77억 원과 74억 원으로 3,4위를 차지했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값비싼 집을 소유한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앙적인 양심으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집을 어떤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허스트와 같이 사치의 대상물로 전락하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지요. 집은 삶의 자리이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결코 아닙니다. 편안한 삶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나 다름이 없습니다. 사치나 부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몇 해 전에 한 권사님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생 단독주택에 살면서 이젠 한번쯤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값이 올라 돈도 벌 수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아파트가 좋을까 생각하며 몇 곳을 다녀보았습니다. 그렇게 아파트를 물색하던 어느 날 새벽기도회에 왔는데 ‘신앙인은 투기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듣고서 아파트 사려는 생각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 속에 아파트를 투기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땅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진 땅은 절대로 사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서 땅을 하나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땅은 삶의 터전이지 절대로 투기의 수단이나 도구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나 땅과 같은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가 낳은 병리현상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아니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간다”(요 14:2)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사역을 위해 수고한 우리가 쉼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를 준비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좀 단순화시켜서 하늘나라에 우리가 살 집을 마련하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 하늘에 있는 집은 어떤 집일까요? 세상에서 주님을 위해 아무리 수고하고 큰 공적을 세웠다 하더라도 허스트 캐슬 같은 집에 내 이름의 명패를 붙여주시진 않을 것입니다. 공시가 90억이 넘는 그 집과 같이 어머어마한 집도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쉼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조자 없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집은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이 아닙니다. 그런 집이라면 오히려 불편할 것입니다. 그저 두 다리 쭉 펴고 쉴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안식처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시리라 말씀하신 하늘의 거처는 바로 그런 집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오늘도 내게 그런 집이 있으면 족하다는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너무 사치스럽게 사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치가 지나쳐 이제는 투기하려 합니다. 삶의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돈의 가치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보금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에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6-8)
  집은 보금자리여야 합니다.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죄입니다. 내가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보금자리를 잃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