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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6-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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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효관
 조회 :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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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가지만 남은 감나무 위에 빨갛게 익은 감이 달랑 하나 남아 있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그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세월의 빠름과 무상함, 계절의 변화에 따른 가슴 설레임, 아상한 가지와 함께 보여진 초라함, 이런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까치밥’을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네 선조들은 학교나 서당에서 자연보호라는 과목을 배운 적은 없지만, 들녘의 벼농사를 거둬들인 후에나 뒤뜰의 감을 따고난 후 꼭 몇 개씩을 남겨놓았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도 먹고 살기 힘든 때를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정다운 이웃인 까치와 같은 짐승들까지도 배려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까치밥입니다.
커다란 감나무 위에 달린 감 하나 또는 몇 개 - 그것은 사실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따내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이 더 궁핍해진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에 푸근한 마음으로 그것마저 없으면 더 추울 짐승까지 배려한 것입니다.
입동이 지나도 소설이 지나 추운 겨울이 바짝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앙상한 가지에 남은 빨간 감 하나와 같이 더욱 추워 보이는 이웃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에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잎사귀도 없습니다. 함께 나무에 매달려 소곤대던 다른 감들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외롭고 더욱 춥습니다. 그들이 바로 내 이웃입니다. 기름보일러는 고사하고 비싸진 연탄 한 장 들여놓을 것이 걱정되어 늙은 얼굴에 주름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내 이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내 삶에 남겨진 까치밥이 그리울지 모릅니다. 나 역시 풍요롭진 않지만 그래도 내놓을 까치밥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 몇 개 없어도 되는 까치밥 말입니다.
이제 달력도 달랑 한 장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한 장의 달력 역시 까치밥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1개월 동안 나를 위해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의 삶의 굴레에서 이웃을 한 번쯤 더 돌아보는 시간들로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추수할 때에 밭의 모퉁이에 있는 곡식까지 베지 말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레위기 23:22) 논과 밭이 없어 추수하지 못한 가난한 이웃과 나그네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게 까치밥이었습니다.
여러분, 12월입니다. 더욱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보듬어야 할 계절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말입니다. 까치밥 이상의 사랑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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