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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6-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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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효관
 조회 :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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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18-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동성고 개교 100주년 기념 ‘현대미술 오늘과 내일’전이 열렸습니다. 그 전시회에는 이 학교출신 김수환 추기경이 그린 그림 14점과 붓으로 직접 쓴 판화 7점이 전시되었습니다. 평소 그림을 그리지 않던 추기경은 홍익대 한진만 학장 등 후배들이 찾아와 그림을 청했기에 14점의 그림을 그려 내놓은 것입니다. 그 그림들 가운데는 김수환 추기경 자화상이 있었는데, 그 제목은 “바보야”였습니다.
한 기자가 추기경에게 “이 그림들 중에 어느 그림이 제일 좋습니까?”라고 묻자 추기경은 ‘바보야’라고 제목 붙여진 자화상을 꼽았다고 합니다. ‘왜 그 그림이 제일 좋으냐?’고 묻자 “그건 내가 바보이기 때문이지, 허허”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서, 내가 잘 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 받기를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니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김수환 추기경! 오늘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요 지식인입니다. 그런 그분이 왜 자신을 ‘바보’로 그렸겠습니까? 전시회를 준비한 서울대 신현중 교수는 자화상 ‘바보야’에 대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 김수환 추기경은 정말 바보일까요? 그는 주변에서 천재라고 소문난 분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있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스스로를 바보라고 말한 데에는 정말 신앙적인 겸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똑똑해지려고 합니다. 스스로 존경받는 자리에 서고 싶어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늘이 큰 사람이 되기를 갈구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바보됨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바보처럼 누군가가 나를 향하여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더라도 ‘허허’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큰 그늘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히 낮아진 삶을 살았는데 어느 날 보니 많은 사람이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이 만들어져 있는 사람, 그럼에도 자신은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여전히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묵묵히 그 그늘을 제공해 주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김수환 추기경 같이 큰 그늘을 만들어주는 바보가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 높은 나무가 되려는 사람이 많지만 큰 그늘을 주는 -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런 영화나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앙으로 사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바보가 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바보같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많은 사람에게 평안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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