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은혜의광장

작성일 : 2008-08-06 09:36

죽음을 기억하라

글쓴이 : 안효관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가 쓴 ‘로마인 이야기’란 책에 보면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말이 나옵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이나 황제에게 원로원이 개선식 행사를 열어주곤 했습니다. 이때 개선장군은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 마차를 몰며 퍼레이드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그 마차 뒤를 개선장군에 소속된 노예가 따라가며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반복하여 외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개선장군의 얼굴에 붉은 칠을 하는 것은 그 날만은 개선장군을 원로원과 시민들이 신으로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신으로 인정하면서도 노예를 딸려서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을 외치게 한 관습은 온통 찬사로 뒤덮였을 개선식장에서 비록 신으로 인정받고 있더라도 ‘너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잊지 마라!’며 한없이 오만해질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제동을 걸어 자신을 잊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던 것이다.

다신교 국가였던 로마에서는 왕이나 영웅이 죽으면 신이 되어 국가를 보호하게 된다는 사상이 있었습니다.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예외적으로 생시에도 개선식 같은 행사에서 그날만 신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던 로마의 관습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깨닫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일 뿐입니다. 인간이 인간의 자리를 벗어나 더 높아지려할 때 죄에 빠지고 맙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엄청난 죄입니다.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이 찬탈하고픈 오랜 인간의 본성적 욕망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을 부인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을 보는 눈을 감은 것뿐입니다. 실체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내가 눈을 감는다고 해서 그 실체가 없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인간이 하나님을 부인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존재가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낼 뿐입니다.

하나님을 인정하고 인간의 인간됨을 바로 보는 것, 그것이 지혜입니다. 거기에서 인간은 참된 가치와 행복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죽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인간됨을 확증하는 결과입니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의 문제입니다.

오늘 우리는 로마인들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외쳐야 합니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고 말입니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