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작성일 : 2008-12-09 21:02
|
글쓴이 :
안효관
 조회 : 2,189
|
어린 시절 겨울은 많이 기다려지는 계절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겨울은 긴 방학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원이라는 말조차 알지 못했던 시골의 겨울 방학은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동네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누가 어디로 모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시골 아이들은 암묵적으로 정해진 장소에 모여 하루 종일 놀곤 했습니다. 놀이거리도 참 많았습니다. 연 날리기, 제기차기, 썰매타기, 자치기, 못치기, 구슬놀이 등은 거의 매일 하는 일상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없고 학원을 가지 않아도 심심할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때론 누군가가 조그마한 정구공이나 테니스공을 가지고 오면 한나절 내내 야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릎 이상으로 쌓여있는 눈을 보는 순간 그 날 오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해가 떠서 눈이 녹아내리기 전에 마당부터 시작해서 동네 골목까지 눈을 다 치워야 했습니다. 리어카에 눈을 실고서 마을 곁에 있는 논에 수북이 쌓곤 했습니다. 때론 쌓아놓은 그 눈이 미끄럼틀이 되어 오후에는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어머니가 산에 가서 해 놓은 나무를 가져오는 것도 귀찮은 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겨울이 되면 마른 나뭇가지나 소나무 낙엽을 모아 집안 헛간에 가득 채워놓아야 1년 동안 땔감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는 거의 매일 산에 나무를 하러 가셨습니다. 때론 어머니를 따라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지만 어머니 혼자 가시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어머님이 해 놓으신 나무를 가지러 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시골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추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겨울이 걱정의 계절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추위 때문에 걱정하기도 합니다. 예전보다 추위가 훨씬 덜하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나 여건이 훨씬 좋아졌는데도 말입니다. 차를 운전하고서부터는 눈이 많이 오면 또 걱정입니다.
눈이 오면 좋아하는 것은 멍멍이 밖에 없다고 말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겨울은 즐거운 계절일 수 없는 것일까? 이번 겨울에는 겨울이기에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더 많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런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겨울은 겨울이기 때문에 그냥 좋다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처럼 아름다운 겨울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겨울은 겨울이기 때문에 그냥 좋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