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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2-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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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효관
 조회 : 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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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는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날지 못하는 새입니다. 키가 2.5m, 몸무게가 150kg 이상 되는 것도 있을 만큼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속 65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타조는 적이 쫓아오면 빠른 속도로 도망치다가 모래 속에 얼굴을 묻어버립니다. 내 눈이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적도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꿩처럼 말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오스트리치 신념’(ostrich belief)입니다. 오스트리치(ostrich)는 타조를 말합니다. 타조가 다급한 나머지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숨은 후에 아무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눈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잘못된 신념을 말합니다. 어린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서 엄마에서 혼 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면 자신이 보이지 않을 것이고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 것이란 잘못된 기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비단 어린아이에게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성경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일컫는 다윗의 일생에 가장 큰 오점은 밧세바와의 간음사건입니다. 다윗은 범죄한 후에 밧세바로부터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밧세바의 남편이 전장에 있는 상황에서 밧세바의 배가 불러온다면 밧세바의 부정행위가 드러날 것이고, 그 부정이 다윗과의 관계였다는 것이 들통 날 것이 뻔한 이치였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전장에서 불러와 자기 아내 밧세바의 잠자리를 갖게 함으로 그 범죄를 감추려고 했습니다. 그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자 더 끔찍한 계략을 세웁니다. 우리아를 죽이고, 남편이 없는 밧세바를 공식적으로 자기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밧세바의 임신은 그대로 감추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했습니다. 모든 범죄가 감추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단 선지자를 보내셔서 다윗의 죄를 들추어내서 책망하십니다. 다윗은 왕이 되기 이전부터 신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 앞에 진실되이 살았습니다. 하나님 앞에 감출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죄에 빠진 순간 그런 정상적인 신앙적 사고가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계략으로 밧세바와의 범죄를 완전범죄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도망치다가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서 자신은 적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타조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어리석은 자신의 생각에 타인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내가 감추면 모든 사람에게 감추어져서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잘못된 신념이 우리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합니다. 죄가 그렇습니다. 죄는 우리에게 무거운 심리적인 압박을 가합니다. 그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오스트리치 신념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 최면으로 스스로 착각에 빠짐으로서 심리적인 두려움에서 해방되려고 합니다. 연쇄살인과 방화 등으로 지금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강호순의 심리적 상태 가운데 한 단면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거짓된 신념으로 살아가곤 합니다.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위정자들이 그런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히면 국가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오스트리치 신념에 사로잡히면 법질서가 무너집니다. 대운하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4대강 정비 사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오스트리치 신념에 빠진 정치인들을 보는 듯하여 씁쓸함을 금치 못합니다. 용산 철거민 방화사건을 수사하면서 철거민들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권력자들과 경찰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검찰의 모습이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혹 신앙으로 산다고 말하는 우리 신앙인들도 그런 잘못된 신념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실수와 허물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실수와 허물을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내 놓지 못하고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모르실 것처럼 회개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이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거나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책망하시기보다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감추고서 회개하지 않는 모습을 더욱 더 책망하십니다.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서 적으로부터 피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타조처럼, 오스트리치 신념에 우리의 머리를 처박고 우리는 안전하다고 스스로 외치는 솔직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거짓된 신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를 솔직하게 보는 신앙적인 눈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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