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라는 자리

한 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던 ‘슈퍼맨’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슈퍼맨이란 영화 시리즈 1-4편까지 주인공 역을 맡았던 사람은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1952-2004)입니다. 그는 그 영화를 통해서 정말 슈퍼맨과 같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43살이던 지난 1995년 5월 승마대회에 참석했다가 낙마사고로 경추를 상하여 자기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전적으로 남의 손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온 크리스토퍼는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이 험한 꼴로 어떻게 처자식을 만나며 사람들을 보겠는가?” 그의 사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느니 차라리 산소 호흡기를 빼고 죽는 것이 낫겠다.’ 말했습니다. 자식이 고통 속에서 한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이제 아내의 동의만 얻으면 그는 산소 호흡기를 떼고 사람들에게 추한 꼴을 보이지 않고,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세상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도착한 아내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아주 짧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Still you!”(당신은 아직도 당신이에요.) 아내는 전신이 마비되어 숨조차 혼자 못 쉬고 온몸에 각종 주사바늘이 꽂혀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도 ‘당신이 숨 쉬고 살아 있는 한 여전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그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는 이런 아내의 사랑과 격려와 도움을 받으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살아보겠노라고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게 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연설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두 권의 자서전적 에세이를 썼습니다. 『절망을 이겨낸 슈퍼맨의 고백』이란 책은 그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어떻게 그 절망을 이겨냈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책의 원제목이 『Still Me』입니다. 그의 부인이 사고를 당한 그를 만나 처음으로 했던 말“Still You”(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예요)라는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나는 여전히 나”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책이 『크리스토퍼 리브의 새로운 삶』이란 제목인데, 이 책은 사고를 당하고 다시 일어선 후 그가 여러 곳에서 했던 강연이나 인터뷰 내용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그는 실제로 사고를 당한 후 휠체어에 의지하여 살아가면서 남들이 하지 못한 놀라운 일들을 했습니다. 자기와 같이 척추신경을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돕기 위해서 크리스토퍼 리브 마비 재단(Christopher Reeve Paralysis Foundation)을 설립하고 2억 달러(2천억 원 이상)의 기금 모금을 하였습니다. 그는 정기적으로 유엔에서 장애인을 위한 연설을 했고, 곳곳에 다니며 전 세계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주어 새 인생을 살게 하였습니다. 그는 비록 사고를 당한 후 9년만인 지난 2004년에 5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력과 영향으로 올 3월 3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체마비 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크리스토퍼 앤드 데이나 리브 법’(Christopher and Dana Reeve Paralysis Act)에 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몸 안에는 위대한 보물이 숨어 있는데 모든 인간에게 그러하다. 자그마한 보물 속에는 정말 위대한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그 능력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그래서 활용하지 못하는 놀라운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처럼 말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이 죽음의 문턱에까지 다다랐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사람들 가운데 그 남은 생애를 더 아름답게 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크루지 현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라는 구두쇠 영감님이 자신을 찾아온 유령과 함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특별히 죽음과 무덤)의 모습을 보고난 후 변하여 새로운 인생(멋있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그처럼 죽을 뻔 했거나 거의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던 사람들이 다시금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되면 나머지 인생은 더욱 값지고 보람되게 산다는 것입니다. 마치 스크루지 영감님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고난이 있습니다. 고난이 없는 인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때로는 ‘정말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고난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신앙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의 삶에도 고난은 항상 존재합니다. 지난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거니와 앞으로의 삶에도 고난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큰 고난과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인생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런 어려움 때문에 우리 인생이 망가지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서 너로 너를 지명하여 부른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 알게 하리라.”(이사야 45:3) 하나님은 흑암 가운데 값진 보화를 감추어 두셨고, 은밀한 곳에 재물을 숨겨 두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의미 없는 고난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 없는 역경도 없습니다. 우리의 고난과 역경의 현장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시는 기적의 현장입니다.

우리는 고난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님은 훈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큰 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 큰 희망이라고 말씀하십니다.우리는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속에 보화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우리는 고난이 나를 집어 삼킬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는 거기에서 네가 더욱 단단해진다고 말씀하십니다.우리는 고난의 때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하나님께서는 네가 고난의 현장을 기쁨과 축복의 현장으로 바꿔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