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팜므파탈

언제부터인가 매력적인 여자 연예인을 가리켜 ‘팜므파탈’이란 수식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팜므 파탈’이란 말은 ‘여성’을 뜻하는 팜므(femme)라는 단어와 ‘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하는 파탈(fatale)이란 단어가 합해져 만들어진 것으로, 남자를 유혹해서 죽음이나 치명적인 고통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숙명적인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의 용어입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미술이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쓰여지고 있습니다. 남자를 압도하는 섬뜩한 성적 매력과 강한 흡인력 때문에 팜므파탈에 걸려든 모든 남자들은 결국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팜므파탈로 마티 하리(Mata Hari, 1876-1917)를 들 수 있습니다. 네델란드에서 태어난 마티 하리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난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한 네델란드 장교와 결혼하여 자바 섬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결혼에 실패한 후 파리로 이사하면서 그녀의 정체는 미스터리로 변합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온 공주라고 자신을 속이며 동양의 춤을 추며 수많은 군인 장교와 정치인들과 스캔들을 만듭니다. 이 때 그녀에게 붙여진 별명이 인도네시아어로 ‘새벽의 눈’을 뜻하는 마티 하리였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1914년 독일 베를린에 있던 마티 하리는 독일 정보기관으로부터 2만 마르크를 받는 조건으로 포섭돼, 연합군의 고위 장교들을 유혹하여 군사기밀을 빼내 독일군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당시 그녀가 수집한 정보는 연합군 5만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고급 정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녀는 영국의 정보기관에 의해 스파이임을 밝혀져 프랑스 정부에 의해 체포되었고, 총살형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한 여인의 관능적 매력으로 인해 세계 역사가 바뀌어질 수 있는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팜므파탈은 아마도 마가복음 6장에 나오는 살로메일 것입니다. 그녀는 헤롯 왕의 생일을 맞아 열린 연회에서 춤을 추게 되고, 그녀의 춤과 매력에 빠진 헤롯이 ‘무엇이든지 너 원하는 것을 내게 구하라. 내가 주리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녀의 대답은 ‘세례 요한의 머리(목숨)’였습니다. 헤롯은 세례 요한을 두려워했고 세례 요한의 책망을 달게 들었던 터라 세례 요한을 죽이고 싶진 않아 그녀의 요구를 들었을 때 근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결국 세례 요한을 죽게 만듭니다.

성경에 팜므파탈과 같은 여인의 유혹 때문에 인생을 망친 경우가 많습니다.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고 남편인 하와에게 건넴으로 인류를 죄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하와도 그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수기 25장에 나오는 모압 여자들고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싯딤에 머물러 있을 때 모압 여인들이 이스라엘 남자들을 유혹하여 음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성경은 그 사건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스라엘이 바알브올에게 부속된지라.”(민 25:3) 부속되었다는 말은 예속되었다, 멍에를 메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멍에를 메야 할 이스라엘의 남자들이 모압 여인들의 유혹에 빠져 바알브올이라는 우상에게 예속되어 우상의 멍에를 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 남자 2만 4천 명이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 시대의 팜므파탈은 누구이며 무엇일까요? 이제 대림절(강림절) 절기가 시작됩니다. 어쩌면 어느 해나 그랬던 것처럼 교회의 성탄 트리가 불을 밝히기 전에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 또는 음식점에서 먼저 성탄절 이벤트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 밖의 장식품들이 더 화려할 것이고, 교회 밖의 전구가 더 휘황찬란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 문화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의 문화는 자극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소박하고 은은한 것들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 것이 되어버렸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아름다운 심성을 파괴하는 것들이 난무하고,오늘의 우리들은 그런 것들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따라가고 있습니다. 팜므파탈의 매력에 빠져들어 치명적인 고통을 겪어야 하는 뭇 시대의 남성들처럼 말입니다.

문화를 거스리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문화라고 하는 거센 파도가 결코 파도로 멈추지 않고 쓰나미가 되어 우리 심령에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쓰나미가 되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문화는 치명적인 것들일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가 그런 문화에 처음 접할 때에는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이내 우리는 맞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 좌절해버립니다. 내 힘으로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중에는 그 문화에 매몰되어 따라갑니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조금도 거부감 없이...

“너희는 이 세대를 본 받지 말고.”(로마서 12:2) 거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영적인 몸부림이 필요합니다. 문화라고 하는 팜므파탈의 유혹에서 우리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거대한 싸움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추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오늘 우리 시대의 팜므파탈과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