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를 아십니까?

2009년 11월 <포춘(Fortune)>이 ‘지난 10년간 최고의 CEO’로 선정한 사람은 애플(Apple Incorporated)의 CEO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입니다. 그는 태어난 지 불과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양부모 아래서 자라게 됩니다. 대학원생이던 그의 어머니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를 입양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스티브는 어린 시절 늘 우는 소리를 하는 외톨이였고, 여러 차례 정학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20세에 애플을 창업하게 되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성공으로 그는 교만해졌고,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는 불화를 경험한 끝에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거나 인수하면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하게 되었고, 다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게 됩니다. 애플에 복귀한 후 그는 이전에 해고당한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약점을 반성하고 고쳐나갔습니다. 무례하고 오만하며 독불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의 말을 듣지 않았던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CEO(최고경영자)가 아니라 CLO(Chief Listening Officer, 최고경청자)라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팀워크를 우선시했습니다. 또한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도 소비자가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소비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 - 참으로 귀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준다는 것 -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리더십 자기계발의 권위자인 존 맥스윌(John C. Maxwell)이 쓴 『리더쉽 골드』(Leadership Gold)이란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가 한 말의 절반만 듣고, 그 절반만 귀담아 들으며, 그 절반만 이해하고, 그 절반만 믿으며, 또 그 절반만 기억한다. 이를 하루 8시간의 일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하루 일과의 절반, 약 4시간을 듣는 데 보낸다면, 우리는 2시간 가량 남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실제로 귀담아 듣는 시간은 1시간 남짓하다. 우리는 30분 분량의 말만 이해하고 15분 분량의 말만 믿는다. 우리 기억에 남는 말은 8분 분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점수로 따지면, 아주 형편없는 성적이다. 결국, 우리가 적극적으로 듣는 데 한층 힘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말을 들으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또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와 말들을 듣습니다. 그런데 맥스웰 목사가 지적한 대로 정말 귀를 기울여 듣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정말 소중한 정보요, 꼭 내게 필요한 것들까지도 흘러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좀 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며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들려지는 음성에 정성을 들여 듣는 것입니다.

그건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듣는다면 우리는 하늘의 풍요를 더 많이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목자의 음성을 듣는 양은 목자의 인도를 따라가기에 들어오며 나가며 꼴을 얻을 수 있습니다.(요한복음 10:3)

들음이 지혜이며, 들음에서 믿음이 시작됩니다. 지혜의 왕이라고 불리는 솔로몬은 하나님께 ‘듣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왕이 된 후 일천번제를 드릴 때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셔서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열왕기상 3:9)라고 간구합니다. 그 간구가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했고, 하나님께서는 그가 간구한 것처럼 ‘듣고 분별하는 지혜’(3:11)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3:12)을 솔로몬에게 주셨습니다.

기도 역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음입니다. 말하는 기도를 ‘초보적 기도’라고 한다면 ‘들음의 기도’는 성숙한 신앙인의 기도입니다. 우리의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정을 통해서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무엇인지를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더 많이 들으려 하는 사람이 기도를 잘 하는 사람이요, 좋은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좋은 지도자는 백성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하고, 목사는 성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 고집에 사로잡힌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인생의 풍요로움도 들음에서 시작되며, 아름다운 인간관계도 잘 듣는데서 시작됩니다. 믿음도 들음에서 시작되며, 좋은 신앙생활도 잘 듣는데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CLO(최고경청자),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는 CLO, 그가 오늘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우리 사회에 넉넉함을 더해 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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