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니엘의 아침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굉장한 설렘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날의 잘못이나 실패나 부족함이 다 덮어지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201년을 보내고 이제 2012년을 새롭게 맞이했습니다. 2011년 12월 31일과 2012년 1월 1일은 그 의미상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나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2월 31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나 1월 1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다르지 않습니다. 해가 뜨는 시간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모양도 같고 크기도 같습니다.

그러나 의미는 다릅니다. 아니 우리가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가 부여한 그 다른 의미로 인해 우리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새롭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맞는 아침도 그렇습니다. 아침잠에서 깨어나 만나는 똑같은 아침일지라도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아침이 됩니다.

성경에 전혀 다른 아침, 전혀 다른 아침 해를 맞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야곱입니다. 창세기 33장, 야곱이 브니엘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까지 야곱은 자신의 지혜로 하지 못한 일이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비록 어머니 배속에서 나올 때에는 형 에서에게 뒤져서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났지만, 동생으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형 에서를 이겨먹으려 했고 자신이 마음 품은 것은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장자가 아님에도 형을 속이고 장자권을 가로챘고, 눈먼 아버지를 속이고서 장자가 받아야 할 축복까지도 가로챘습니다. 외갓집에서 피신생활을 할 때에도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은 다 얻어냈습니다. 그리하여 20년 만에 4명의 아내와 12명의 자녀, 그리고 많은 소유를 얻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외갓집에서 얻은 성공의 전리품을 가득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의 앞길이 막혔습니다. 20년 전에 자신이 속였던 형 에서가 군사 400명을 야곱을 맞으러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형 에서가 자신이 20년 동안 쌓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을 죽일 수도 있고,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 빼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형이 자신을 죽일지 모릅니다. 이제까지는 자신이 계획한대로,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다 쟁취했지만, 이번 문제만은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풀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보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하여 미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과 씨름하게 됩니다. 밤이 새도록 씨름을 했습니다. 그 씨름으로 인해 야곱은 허벅지 관절이 어그러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씨름함으로 문제를 해결받길 원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지어주심으로 그가 원하는 복을 받게 됩니다. 야곱은 그곳 이름을 브니엘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은 그 브니엘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침은 여느 아침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 아침에 돋는 해는 다른 날 그가 맞이했던 수많은 날들의 해와 같지 않았습니다.

사실 브니엘에서 맞는 그 아침 해는 어제 아침에 맞았던 아침 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아침 해일지라도 어떤 마음으로 맞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집니다. 야곱이 어제 아침에 맞은 아침 해는 문제와 고민이 가득한 마음으로 맞은 해였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한 후에 맞는 브니엘의 아침 해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기쁨으로 맞는 아침 해입니다.

우리는 2012년이라는 새로운 아침을 맞았지만, 그 아침이 우리의 힘으로 브니엘의 아침이 될 수 없습니다. 2012년 아침에 떠오르는 아침 해가 희망의 해가 되도록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내 힘으로는 역사의 시계추나 방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앞에 닥친 문제도 하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이 인간의 지혜요 인간의 힘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신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겠다고 하신다면 우리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야곱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2012년 우리와 함께 하신다면 우리에게도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저녁의 야곱과 같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답답하고 두려움이 가득 찬 지난 해를 보냈다 하더라도, 브니엘의 하나님은 모든 문제를 풀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얍복 나루를 브니엘로 만드신 하나님, 야곱을 이스라엘로 축복하신 하나님께서 2012년 우리의 삶에도 동행하시고 우리의 모든 문제들을 이길 수 있는 지혜와 담대한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브니엘의 아침을 만들어주신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2012년의 아침을 시작하십시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하나님께서는 가능케 하십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문제가 기다린다 하더라도 브니엘의 기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도 브니엘의 아침을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금융위기가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지라도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삶을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나간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브니엘의 아침을 맞기 위해서 내 인생의 힘이라고 믿었던 내 지식이나 지혜, 경험, 욕심, 교만, 자존심 모두 부서지더라도 하나님만을 붙잡고 한 해를 시작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