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선구자 두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폴란드 출신의 쇼팽(Fryderyk Chopin, 1810-1849)과 헝가리 출신의 리스트(Franz von Liszt, 1811-1886)를 거명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아주 각별한 우정으로 소문이 난 사람들입니다. 쇼팽은 1929년 빈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가짐으로 음악계에 데뷔를 한 후 1931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 쇼팽은 무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리스트는 잘생긴 외모와 신기에 가까운 연주로 오래전부터 명성을 떨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리스트가 쇼팽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리스트는 쇼팽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연주였소.” 이렇게 쇼팽과 리스트는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함께 음악을 논하는 동지가 되었고, 연주회에서 경쟁적으로 연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쇼팽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리스트는 자신의 연주회를 통해서 쇼팽에게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리스트가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한 다음 무대 위의 조명을 모두 껐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계속되었습니다. 관중들은 피아노 소리에 한없이 빠져 들었다 연주가 끝난 뒤 다시 무대 위의 불을 켰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랬습니다. 연주자가 당연히 리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주를 끝내고 의자에서 일어서는 사람은 쇼팽이었던 것입니다. 그날 쇼팽의 연주 실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무명의 음악가 친구에게 소중한 기회를 선물한 리스트의 우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뒤 사람들은 쇼팽의 연주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차츰 쇼팽은 음악적 진가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쇼팽과 리스트 두 피아노 천재는 서로의 재능과 음악성을 인정하고, 때로는 경쟁을 하며 아름다운 우정을 가꿔 나갔습니다 . 쇼팽은 그런 리스트의 우정에 보답하기 위해 연습곡 제10번을 헌정했고, 리스트는 쇼팽에 관한 전기 ‘쇼팽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입니다. 경쟁하면서도 그 경쟁이 경쟁자를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자극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우정의 경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세워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우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존경하는 왕인 다윗에게도 그런 우정이 있었습니다. 요나단과의 우정입니다. 사울 왕의 아들 왕자인 요나단은 아버지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을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물려받을 왕위를 다윗에게 양보합니다. 마땅히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왕위를 노린다고 생각하고 다윗을 죽이려 하는 아버지 사울 왕 앞에서 다윗을 변호해주며 다윗의 생명을 구해줍니다.

이런 아름다운 우정을 갖는다는 것은 삶에서 큰 힘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향하여 등을 돌리더라도 끝까지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왕따를 당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죽음이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그것입니다. 친구와 우정 말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마지막에 그의 힘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들은 결코 세상을 비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런 친구가 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향하여 손가락질할 때 조용히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아 줄 수 있는 친구,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향하여 의심의 마음을 가질 때 ‘너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친구, 마음이 너무 힘들고 외로울 때 아무 말 없이 기댈 수 있는 등을 빌려주는 친구,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고 불러낼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내가 먼저 친구에게 등을 내주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친구를 믿어주어야 하고, 내가 먼저 마음 아픈 친구를 찾아가야 합니다.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런 친구이십니다. 그 어떤 말로 불평을 해도 나를 나무라지 않고 내 불평을 다 들어주시는 친구입니다. 모두가 나를 떠날지라도 결코 나를 떠나거나 외면하지 않고 늘 내 곁에 있어줄 친구입니다. 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희생하며 사랑해준 친구입니다.

그 좋은 친구이신 예수님이 늘 우리 곁에 계시기에 절망하지 맙시다.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삶을 포기하지 맙시다. 마음이 무겁고 두려울 때 그 친구를 찾아가 봅시다. 그리고 그 친구로부터 받은 용기와 평안을 가지고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봅시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우정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