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사람

며칠 전 부산에서 33살의 젊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지 7개월 만에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일본으로 1년간 유학을 다녀 온 후 한 중소 IT업체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김해에 살게 되면서 그녀는 부산에 홀로 거하게 되었습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가족들과 전혀 연락을 끊은 채 살아왔습니다. 그녀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수도와 전기는 지난 5월부터 요금미납으로 모두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타살 흔적이 없을뿐더러, 자살을 의심케 하는 증거도 없어 7개월 전쯤에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을 며칠 안 둔 시기에 들려온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지난 달 14일에 발간된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12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세계 인구는 70억 5천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은 더더욱 적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때로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와 눈을 마주침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알고,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은 많은 사람 가운데 나와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함께 신앙생활하며 함께 하늘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교회공동체 안에 있는 신앙의 형제들 가운데서도 나의 아픔을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건 비단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만은 아닐 것입니다. 성읍 소돔과 고모라에는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있던 의인 열 명이 없어, 그 성읍들은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지자 예레미야 시대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달리며 그 넓은 거리에서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 한 사람만이라도 찾아다오. 그러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찾으시는데,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IT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사람에게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프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사람을 통해서이고, 용기를 잃고 좌절할 때에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사람을 통해서입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고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사람을 통해서입니다.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음이 세상에 전해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세워지기 위해서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사람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잃어버린 시대에 찾아오는 현상이 사랑이 메말라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곧 사랑을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사라지고 사랑을 잃어버린 시대에 그 사랑을 회복하시기 위해서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우리는 지금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에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분입니까? 우리는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성탄절에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아기였습니다. 재림의 주님과는 달리 아기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이 땅에 메시야로 보내시면서 아기로 보내셨을까요? 마리아의 태중에서 10개월을 자란 후에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그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지만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야 할 어린 아기에 불과했습니다. 이 땅을 구원할 메시야이시지만 엄마의 손길에 의해서 기저귀를 갈아 입혀야 할 어린 아기였습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끊임없는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야 했습니다. 엄마가 해 주신 밥을 먹어야 했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다니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메시야를 그런 어린아이로 이 땅에 보내셨을까요?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고, 홀로 일 수 없습니다. 홀로 있으려 할 때에는, 굶어 죽은 지 7개월 만에 발견된 안타까운 부산의 여인과 같은 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아기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게 된 것은 그런 관계 맺음이 바로 우리가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누군가와 반드시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합니다. 상처 난 마음을 내놓기도 하고, 그것을 보듬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외로울 때 다가와서 조용히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낙심되고 힘들어할 때 용기를 내라고 등을 밀어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기 예수님은 누군가로부터 그렇게 도움을 받았고, 누군가와 그런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야의 길을 가실 때에는 친히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당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셨고,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보듬어주시며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셨습니다. 영혼을 짓밟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영혼에 하늘의 위로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당신이 어렸을 때 친히 경험하신 그대로 보응해 주신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람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람을 기억하고 전화 한 번 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다가와 손내밀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아가 온화한 미소로 그 손을 잡아 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너무 힘들어 일어설 용기가 없는 사람을 찾아가 조용히 등을 밀어주며 말없이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 사람 가운데도 외로운 사람이 참으로 많습니다. 또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도 저장되지 못한 채 외롭게 외톨이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누구에게든지 이번 성탄절에는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친구 하나를 더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