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의 차이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울산이 38.8도를 기록해 1932년 울산기상대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같은 날 울산 일부 지역에서는 40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최고온도가 40도를 기록한 이래 71년 만에 또다시 40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최고기온이 33-35도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특보가 발령되는데, 울산지역은 지난 7월 8일부터 8월 12일까지 35일 중에서 29일이나 폭염특보가 발령되었다고 합니다. 밤에는 더위가 식을 줄 모릅니다. 지난 8일 강릉에서는 아침최저온도가 30.9도를 기록해 1911년 강릉기상관측 이래 102년 만에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49일 동안이나 장마가 지속되더니, 이제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40도를 넘는 수온주를 보이고 있고, 대만에서도 39.3도에 달하면서 1896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동아시아가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보고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3.7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평균기온이 3.7도 올라가면 우리나라 생태계의 70-80%가 멸종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식량부족 사태 역시 심각한 상황이 됩니다.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고, 강력한 사막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이 없어짐으로 해서 사계절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 환경의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3.7도!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별거 아닙니다. 하루에도 기온차가 10도 이상 오르내리는 기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3.7도는 그러러니 하고 지나갈 수 있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실로 엄청납니다. ‘재앙’이라고 말할 정도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우리의 삶이 위협을 받게 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SS)이 52개국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한 ‘2012년 기후상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3년 동안 북극의 빙하가 절반이나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1980년에 비해서 우리 한반도의 18배에 달하는 얼음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도 지구의 표면온도는 1951-1980년의 평균온도보다 0.71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0.71도 상승한 결과가 북극의 얼음 절반을 녹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평균기온 3.7도가 상승한다는 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낼 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두 강도가 예수님 좌우에 함께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둘은 십자가에 처형되어야 할 만큼 파렴치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는 거의 동일합니다. 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함께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사형 집행 불과 몇 분 전에 예수님께서 긍휼을 구한 반면, 한 사람은 예수님을 욕하고 저주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짧은 말 한 마디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지옥에, 한 사람은 천국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 1883-1970)의 말에 공감이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주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작은 차이는 ’마음가짐이 적극적인가, 소극적인가‘이고 엄청난 격차는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이다.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 밖의 사람 사이에는 작은 차이가 있습니다. 삶에 그리스도를 인정하며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작은 차이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되게 만듭니다. 그 작은 차이를 거부한다면 그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곧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닮는 삶을 사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조금 다르게 살아야 합니다. 불합리와 부조리가 만연된 세상에서 그런 사회적 구조악에 싸워 이길 순 없을지라도, 그리스도인은 자기 스스로 불합리와 부조리를 거부해야 합니다. 모두가 불법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그 길에 편승해 갈지라도, 그리스도인은 나 혼자서라도 불법의 길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부동산투기를 통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며 그것이 지혜로운 투자라고 말할지라도, 그리스도인은 정직하게 내게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길에서 한 걸음 비켜 서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은 작은 차이이겠지만, 그게 언젠가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쓴 『블링크, 첫 2초의 힘』이란 책이 있습니다. ‘블링크’란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할 때, 첫 2초 동안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뜻합니다. 깊은 통찰과는 달리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거리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단을 해야 하고,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자신의 생에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불과 2초 사이에 말입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3.7도 올라감으로 우리에게 닥칠 재앙은 예고되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갈 삶의 편리만을 위해서 환경문제를 외면하다가 정말로 재앙을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작은 차이지만 내 삶에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재앙을 피하는 내일을 준비하든지. 신앙인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감당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그 작은 차이를 만들며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