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나은가?

미국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LA의 설교자’(Preachers of LA)라는 제목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직 대형교회 목사 6명의 화려한 삶과 목회자로서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방송 때 시청자가 100만명이 넘어서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6명의 목사는 적게는 2천명이 모이는 교회의 목사부터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초대형 교회의 목사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화려한 삶과 드러내지 않아도 될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교회당의 강대상에서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목사의 모습에 이어서 빨간색 페라리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어린 여자 친구를 만나는 목사의 모습도 방송을 탔습니다. 교회의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사는 목사도 있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목사도 등장합니다. 유명한 가스펠 가수였던 한 목사는 이혼한 뒤 현재의 약혼자를 만났고, 그 약혼자와 혼전임신을 했다는 사실도 고백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PD는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목사들도 결국에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임을 보여주고 싶었다.’여 그 프로그램의 만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출연한 한 목사는 ‘스포츠카를 모는 목사는 지난해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도 했다’며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만 보지 말고, 자신들의 솔직한 모습을 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서 ‘복음주의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텔레비전이 들춰내고 있는 것’이며, 호화생활을 즐기는 목사의 모습을 보고 교회들에게 정부의 세무조사와 같은 역풍이 물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목사도 한 인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인간으로서의 부끄러운 모습을 만인 앞에 공개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목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죄인이며 부끄러운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그것을 명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악을 다 고백하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굳이 사람들 앞에서까지 드러내고 보여주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윗은 많은 사람에게 지탄을 받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밧세바와의 간음사건이 그렇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그녀의 남편인 충신 우리아를 전쟁터에 나가 죽게 만든 것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다윗은 그것을 감추려고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단 선지자를 통해서 다윗의 죄악을 들춰내고 지적하셨습니다. 나단 선지자의 책망을 받은 다윗 왕은 하나님 앞에 회개합니다. 그러나 나단 선지자나 다윗 왕이나 어느 누구도 다윗의 그런 죄악을 만천하에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윗은 매일 저녁 침상을 적실 정도로 회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였고 자기반성이었습니다. 만일 다윗이 그런 죄악이 백성들에게 알려졌다면 왕의로서의 다윗의 지도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고, 다윗은 왕으로서 자기의 직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윗의 그런 죄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다윗 자신과 이스라엘에 더 유익했을 것입니다. 물론 역사 속에서까지 다윗의 죄악이 감추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대의 다윗에게는 그 모습이 더 나은 것이었습니다.

리얼리티 방송에 나온 목사들의 죄악된 모습만 방영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목사들이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목회자로서 또 설교자로서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이 유익이 될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그 목사들은 인기가 더 높아지고 교회가 부흥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교회나 목사 자신에게 결코 유익되지 않을 것입니다. 설교자는 설교자로서의 권위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설교자로서의 권위 말입니다. 그 권위를 목사 자신이 세우려 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그 말씀이 권위를 목사인 자신이 가볍게 여긴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대저택에서 호화스럽게 생활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목사의 설교에서 과연 하나님께서 주신 권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부유함을 누리는 교인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목사들이 설교하는 모습에 부유하게 사는 모습이 오버랩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고린도전서 10:23)고 말씀합니다. 목사가 리얼리티 방송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자유도 그들 자신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것이 유익한 것이냐 하는 것이고, 그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익과 덕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 모든 것이 하나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유익될지라도 하나님과 교회에 유익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은 그 유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과 교회에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 역시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베일에 싸인 것처럼 보이는 목사의 삶을 드러낸다는 것, 그것도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드러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의도적으로 그것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목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이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교회를 위해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서 당신이 영광을 받으시길 원하십니다. 무엇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교회에 유익이 되는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여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