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

인터넷에 실린 어느 의사의 고백입니다.

아침 8시 30분쯤 되었을까? 유난히 바쁜 어느 날 아침, 80대의 노신사가 엄지손가락의 봉합사를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9시에 약속이 있어서 매우 바쁘다고 하며 의사를 다그쳤습니다. 의사는 노신사의 바이털 사인(vital sign-생체신호)을 체크하고 의자에 앉으시라고 권했습니다. 아직 다른 의사들이 출근하기 전이어서 그를 돌보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본인이 직접 돌봐 드리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다행히 노신사의 상처는 잘 아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의사를 불러, '노신사의 봉합사를 제거하고 드레싱을 갈아 드려야 하니 관련 장비와 소모품 일체를 챙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노신사의 상처를 치료하며 그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서두르시는 걸 보니, 혹시 다른 병원에 진료 예약이 되어 있으신가 보죠?"라고 물으니, 노신사는 "요양원에 있는 아내와 아침 식사를 해야 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부인의 건강상태를 물으니, 노신사는 ‘아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노신사의 부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어르신이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부인께서 언짢아하시나 보죠?"라고 말하자 노신사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아뇨, 아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지 5년이나 됐는걸요.“ 그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부인이 선생님을 알아보시지 못하는데도 매일 아침마다 요양원에 가신단 말입니까?" 노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의사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나를 몰라보지만, 난 아직 그녀를 알아본다오."

노신사가 치료를 받고 병원을 떠난 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아야 했습니다. 그는 인생을 걸고 찾아 왔던 ‘사랑의 모델’을 드디어 발견했다는 기쁨에, 팔뚝에서는 소름이 돋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들려오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우리를 슬프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들입니다. 100여일 전에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세월호 사건을 풀어가는 정치권의 모습도 그렇고, 7.30 재보선을 앞두고 매스컴을 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도 그렇습니다. 요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무력충돌로 인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당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납치와 피격 사건도 그렇습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가운데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 한 켠이 아려옴을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 우리에게 웃음 짓게 만들고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는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 전부가 썩은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살아가는 재미와 보람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의 귀에 들려오든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듣든,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든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갈 의무가 있고 목적이 있습니다. 기왕에 우리가 같은 시간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선택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주변에서 매스컴이 아무리 비관적이고 불평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우리는 의도적으로 좋은 이야기들은 많이 들으려 해야 하고, 그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눠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이고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교회 공동체도 그렇습니다. 교회 안에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 것은 결코 아름답지 못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좋은 것을 이야기하고 좋은 것을 나눠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사라져야 할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특성이 다른 사람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것을 버려야 합니다. 그것은 반드시 버려야 할 구습(舊習)입니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야기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교회를 병들게 하고,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을 병들게 할 뿐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이야기로 가득해야 합니다. 은혜 받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하고,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가 풍성해야 합니다. 교회당에 와서까지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분 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일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기분 좋지 않게 만드는 모습들이 있다면 그건 내가 조용히 기도해야 할 기도제목입니다. 기도해야 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지, 떠벌리고 나눔으로 다른 사람에게서까지 행복을 빼앗아갈 권리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분 내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좋은 소식’을 전하며 살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좋은 소식’이라는 것이 복음이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행복한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통해서 세상에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를 통해서 세상이 참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입에서부터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버려야 합니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전파해야 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감동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교회에서부터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로마서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