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결핍

세로토닌(serotonin)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세로토닌은 모노아민 전달물질 중에 하나인데, 우리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데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신 이시형 박사에 의하면 요즘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인 중독이 이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중독은 가히 세계 정상급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술, 담배, 마약, 도박, 성,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중독에 시달리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중독의 원인이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뇌과학적 설명에 의하면 세로토닌의 결핍이 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조절기능입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조절기능이 상실되어 폭력이나 파괴적인 성향이 나타나게 되고, 일시적인 쾌락에 빠져들게 되어 중독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는 생기, 의욕, 적정한 쾌적 상태를 만들어 우리로 행복을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일종의 행복 호르몬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이시형 박사는 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권장합니다. 첫 번째는 씹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음식물을 오래 씹어야 하고, 정 씹을 것이 없을 때에는 껌이라도 씹으라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중에 껌을 씹는 것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극하여 불안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심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짧은 호흡에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되지 않습니다. 깊은 복식 호흡을 해야 세로토닌이 분비되기에, 운동이나 계단 오르기 등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걷는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걸으면 긴장이 풀리고 문제도 풀리는 것은 걸을 때 우리 안에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고 합니다. 네 번째는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미움과 질투와 시기 등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사랑하면 기분이 즐겁고 행복한 것도 이 세로토닌의 기능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로 군집욕구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든든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 세로토닌의 기능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상입니다. 세로토닌을 가장 빨리 올리는 방법이 명상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하는 것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기도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문제로 인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뇌과학적인 설명에 의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됨으로 마음이 평안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 시대를 ‘풍요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풍요롭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또한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시대는 ‘결핍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오늘 우리시대를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이 풍요로워야 하고 무엇은 없어도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얻기를 소망하는 것은 돈입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오늘 우리 시대에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돈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자본주의(neo-capitalism)가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기준이 연봉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고, 대학을 평가하는 평가의 기준도 돈과 돈에 하수인 노릇하는 것들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기의 꿈을 이루는 것, 자아실현을 위해서 가는 방향이나 과정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대학 또한 상아탑이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학문에 대한 탐구보다는 얼마나 취업을 시키느냐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돈에 지나치게 가치를 둔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우리의 행복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유함이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것, 우리에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 것들 가운데 대부분의 것들이 ‘결핍’되어도 괜찮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가져야만 내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별로 관심 갖지 않는 것들입니다. 때로는 내게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나 정작 가장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눈이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결코 쉽지 않는 것들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그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린도후서 4:18)이라고 말씀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때론 고난의 길이라 하더라도 기쁨으로 그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그런 고백에 따른다면 오늘 우리 시대는 잠깐의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보이는 것’들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 계수할 수 없는 것,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습니다. 관계, 예의, 배려, 관심과 사랑, 신앙, 명상 등이 그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무엇에 풍요롭기를 원하는가? 중요한 것에서 참된 가치를 찾는 사람은 눈이 보이는 것이 조금 더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영혼이 결핍한 채 살아가진 않습니다. 풍요롭기를 원하기보다는 때로 결핍 속에서 참 행복과 가치를 찾으며 누리는 삶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