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세상의 소리를 듣고 세상을 공감하라.

미국화이자 제약회사의 전 회장인 제프 킨들러(Jeff kindler)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 1센트짜리 동전 10개를 바지 왼쪽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원이나 고객을 만나 충분히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나 고민을 들어주었다고 생각되면 동전 하나를 오른쪽 주머니로 옮깁니다. 이렇게 하루 동안 왼쪽 주머니에 있던 10의 동전이 모두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지면 그는 스스로에게 ‘100점’이라는 점수를 준다고 합니다.

킨들러 회장이 그렇게 한 이유는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삶에서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항상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놓아야 합니다. 어려울 때든 좋을 때든 소비자들의 목소리만큼 확실한 지표가 없습니다. 리더는 어려운 때일수록 최대한 소비자들과 가깝게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려는 이런 킨들러 회장의 열린 마음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그의 그런 노력 때문에 미국화이자는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경청과 공감은 결코 다름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공감할 수 있고, 공감할 때에야 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경청과 공감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로 공감하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우게 됩니다.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지 못하니까 내 생각으로만 판단하게 되고, 서로가 공통된 부분을 찾아내지 못한 채 다른 부분만을 바라봅니다.

오래 전에 선배 목사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아이들이 밤이 되면 너무 뛰는 바람에 마음이 불편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 아이가 내 손자라고 생각하자’라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비록 당신의 손자는 멀리 살지만, 자신의 손자가 바로 윗층에 산다고 생각하니 들리는 소리가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뛰는 소리가 들리면 ‘내 손자들이 아직까지도 에너지가 넘치나 보다. 잘 자라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아이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이가 너무 조용하면 괜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 내 손자가 어디 아픈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비록 윗층에 사는 이이가 자신의 진짜 손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손자이려니 생각하니 윗층에서 밤늦게까지 뛰노는 소리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에 감사하고, 뛰지 않으면 오히려 병이 난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기독교에 대해서 비난하는 소리들이 너무 많이 공명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이 근거 없는 비난이거나 맹목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 소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근거 없는 비난이나 맹목적인 소리들이 있다고 해서 세상에서 교회들에게 하는 소리에 귀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분명 우리에게 잘 들어야 할 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교회가 조금 더 낮아져야 합니다. 세상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일면 지금까지 교회들이 세상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안에는 생명이 있고 구원이 있는데 세상에는 그것이 없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세상은 모두 죄악으로 가득한 곳이기에 우리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구원의 자리, 생명의 자리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생각을 좀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세상도 교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공감하지 않는 한 세상도 우리가 전하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머무는 한 낮은 자리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교회가 세상보다 거룩함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면 세상을 거룩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내려가서 그들의 요구를 듣고 그들의 소리에 공감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지 않으셨다면, 하늘 영광의 자리에 그냥 앉아 계셨다면 십자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에게 구원의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더럽고 추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당신이 친히 낮은 자리에 나려오셨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닮아가야 할 모습 가운데 하나가 그것입니다. 낮은 자리에 내려가신 주님을 닮는 것입니다. 내려가는 것입니다. 내려가서 세상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에게 갖는 불편함이 무엇인지를 들어야 합니다. 그들을 닮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의 거룩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내려가야 합니다.

솔로몬은 일천번제를 드린 후에 하나님께서 ‘내가 네게 무엇을 줄까?’라고 물으실 때 ‘듣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열왕기상 3:9) 듣는 마음이야말로 바른 정치를 하는데 가장 귀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에게 지헤를 주셨고, 넓은 마음도 함께 주셨습니다.(열왕기상 4:29) 그래서 솔로몬이 지혜의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는 교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실 것인지를 알게 되고, 필요한 말씀을 전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세상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세상을 공감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그 세상 속으로 보내신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세상 속에서 죄와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관념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과 실천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교회여! 세상의 소리를 듣고 세상을 공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