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대한 생각

지난 주 토요일(11월 14일)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번 집회는 주최측 추산 10만 명, 경찰 추산 6만 8천 명이 참가한,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 집회로 인해서 농민 한 명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농민 한 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뉴스화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불법 폭력집회였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잉집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그 집회의 성격이 무엇이냐 하는 것보다 ‘불법’에 대한 것입니다. 집회를 주관하거나 참가한 사람들만 불법을 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헌법재판소에서는 집회를 막는 차벽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에서는 차벽이 불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회 때에도 어김없이 차벽이 세워졌습니다. 또한 집회 참가자를 향하여 물대포를 직사(집접 분사하는 것)하는 것은 경찰관직부집행법 제10조 4항을 어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람은 경찰에게 얼굴에 직접 물대포를 맞았고, 부상당한 그를 돕기 위해 몰려든 사람에게도 물대포를 직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집회 참가자들이 모두 적법한 시위를 한 것은 아닙니다. 집회 신고를 한 범위를 넘어섰고, 집회 때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쇠파이프 등을 소지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등 시위자들 역시 법을 어긴 것이 사실입니다.

집회를 통해서 시위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의견이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과의 공감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하면 소통의 길이 막혔기 때문에 소통의 한 방법으로 집회를 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회를 통해서 자기의 의견을 전달하려는 사람이나, 그 의견을 들어야 할 사람이나 양자 모두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고 들어준다면 시위는 결코 과격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회를 한다는 소리가 들이면 정부는 먼저 ‘불법’이라고 단정을 해버리고, 시위를 하려는 사람도 자기들의 소리가 전혀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과격한 시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불법을 행하고 있고, 그런 불법적인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은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우리들의 삶에 최고한의 가이드라인입니다. 법의 테두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회에서 불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서로가 상대를 향하여 ‘불법’이라고 외치기 전에 내가 먼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법이 너무나도 쉽게 위반되고 있고, 그럼에도 그것이 결코 과오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여기지고 있습니다. 법을 만든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이 법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직위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에게 법을 지키라고, 법의 테두리 안에 있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요? 교회도 법을 지켜야 합니다.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불법이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신앙이라는 것을 빌미로 법을 어기면서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리고 세상에 신앙의 영향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이 먼저 법 안에 있어야 합니다.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노인대학에 다니던 한 할머니가 어느 날 찾아와서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아들 이름으로 기부금납입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 할머니나 그 분의 아들 모두 교회에 다니지 않았고, 헌금을 전혀 하지 않는 분들이기에 거절을 했습니다. 헌금을 하신 분들만 헌금한 것만큼 기부금납입증명서를 떼어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거절당한 그 할머니는 그 후로 경로대학에조차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만일 그 때 거짓으로 기부금납입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다면 그분의 아들이 얼마의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회의 권위는 추락하고 맙니다. 세금혜택을 받을 때에는 증명서를 발급해 준 것에 대해서 잠시 고맙게 생각할 순 있어도, 결국 그분은 교회가 그렇게 불법을 행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평생 갖게 될 것입니다. 기독교 기관에 입사하기 위해서 거짓 세례증명서를 발급해 달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세례증명서를 발급해 주면 이후에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세례도 받겠노라고 약속하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취직을 하던 못하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설령 그가 약속을 지킨다 하더라도 교회는 거짓 증명서를 발급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도 법이 있습니다. 교회법이 있고 총회나 노회도 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겼다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교회법을 어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교회법이 정해준 판결에 대해서 불복종하고 세상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스스로 교회의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모두 불법과 거짓으로 난무하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진리를 지키고 바르게 서야 할 곳이 교회이고 교인들입니다. 목회자가 설교 때에는 정직하게 살라고 말하고서 실제로는 부정직한 모습으로 교회를 운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신앙인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정직해야 합니다. 때로는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고, 세상의 빛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법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법을 지키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법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법을 잘못 만드셨기 때문이라고 하나님을 탓하거나, 내 사정상 어쩔 수 없었노라고 핑계하는 것은 바른 신앙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의 법에 대한 시각에서도 동일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말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마태복음 7:23) 이 말씀이 성경의 진리를 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만 선포된 말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