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와 싸워야 하는 사순절

‘욜로(YOLO)족’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욜로’라는 말은 ‘You Only Live Once’(당신이 사는 인생은 한 번뿐이야)라는 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남보다는 자신을,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욜로족’이라고 말합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이 ‘욜로’가 2017년의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이 말은 캐나다 출신의 힙합 가수 드레이크(Drake, 본명 : Aubrey Drake Graham)가 2011년에 발표하여 부른 ‘The Motto’라는 제목의 노래 속에 ‘You Only Live Once’라는 가사가 있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자신의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안’(일명 오바마 캐어)를 독려하기 위해서 만든 영상에서 이 말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큰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이런 풍조는 요즘 20-30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의 성인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욜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84.1%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20-30대 젊은이들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인생은 현재를 즐기며 오늘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 ‘실용적인 생각인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경제저성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고, 오늘 고생한다 하더라도 내일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더 큰 행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작지만 오늘의 행복을 즐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거기에 나타난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결혼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책임져야 할 일들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자기 혼자 즐기며 살고 싶어 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나 이런 생각들이 비단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종종 듣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이미 고대 로마 시대의 시인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8)의 라틴어 시에 등장한 말입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그런 생각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에 이런 현상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유는 그것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투데이족(TODAY族)’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투데이족은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살자,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며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막연히 미래엔 행복이 올 거라는 뜬구름 같은 생각 대신에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서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투데이족이라고 합니다.

물론 욜로족이나 투데이족이 이기주의적으로 ‘오늘을 즐기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감 역시 강조합니다. 오늘 내 행복을 즐기기 위해서는 오늘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도 큰 강조점을 둡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지워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욜로족이나 투데이족에게는 그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 같은 아쉬움에 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욜로족처럼 우리의 개인적인 만족이나 행복만을 위해서 신앙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초보신앙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과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세상에 세 가지 싸움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과 자연의 싸움이고,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며, 마지막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중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나에게 지워진 내 십자가를 지고 믿음의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편안히 살고자 하는 우리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사순절은 자아와 싸우는 절기입니다. 도전하지 않고 오늘이라는 평안의 삶에 안주하려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조금이라도 닮아가야 합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세상을 즐기려 하는 우리의 자아와 싸워야 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아의 욕망과 싸우기 위해서 사순절 기간 동안 금식을 하기도 하고, 세상의 쾌락을 따르던 삶의 발걸음을 멈춰 서기도 합니다. 40일 동안 금식하는 것이 힘들어 하루 한 끼 금식을 하기도 하고, 요즘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 시대에 미디어를 절제하는 미디어 금식을 하기도 합니다.

신앙인은 욜로족처럼 오늘의 내 삶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신앙인은 오늘을 절제해서라도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면류관을 바라보며 오늘도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