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최고의 가치입니까?

어느 마을에 양을 치는 목동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산등성이로 양떼를 이끌고 가서 풀을 먹이다가 저녁때가 되면 양을 몰고 산에서 내려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매일 어떤 특정한 장소에 이르면 양들이 가벼운 상처를 입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목동은 그곳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작은 가시나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가시나무에 붙어 있는 가시들이 양들을 찌른 것입니다. 목동은 그 가시나무를 베어내야 양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가시나무를 베어내기 위해서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목동은 그 가시나무를 베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시나무에 걸려 있는 양털을 새들이 입에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시나무에 양들이 긁히면서 가시에 양털이 묻곤 했는데, 그 가시에 걸려있는 양털을 가져다가 새들이 둥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본 목동은 비록 양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가시나무이지만 그것을 베어내지 못하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은 것을 희생하고 양보하면 그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가 유익을 얻습니다. 내가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을 포기하면 내가 포기한 것 이상으로 다른 누군가는 더 큰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기를 희생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 속해서 내가 속한 그 공동체를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과 배려와 양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교회 공동체고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고 하나님의 품처럼 따뜻한 교회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배려하고 양보하고 희생해야만 그 공동체를 통해서 서로가 하나님의 은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세상으로부터 성공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건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신앙이라는 것이 자신의 성공이나 행복의 도구처럼 변질되는 경우도 허다하게 봅니다. 그러나 신앙의 본질은 나의 성공이 아니라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꿈꾸시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주님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주님의 뜻은 우리의 성공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대라는 문명의 시류에 편승한 신앙인들조차도 하나님의 뜻을 찾기보다는 나의 성공과 출세가 주님의 뜻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하나님의 의중은 결코 성공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성공이라는 말은 단 한 번만 나옵니다. 전도서 10:10에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신앙인의 가치는 성공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입니다. ‘조선의 작은 예수,’ ‘푸른 눈의 어머니’라고 불렸던 서서평 선교사(본명 Elisabeth J. Shepping, 1980-1934)는 그의 방에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라는 쪽지를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분의 신앙의 참된 가치였고, 그런 신앙적 가치를 가지고 사셨기에 예수님을 닮는 삶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늘 우리시대의 기독교와 신앙인들이 깊이 되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가? 아니면 섬김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1980년대까지 기독교가 급성장을 하다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지금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교회와 신앙인들이 섬김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인의 수적 성정과 교회의 양적 팽창이 마치 성공한 목회인 것처럼 착각하는 세속화된 가치에 매몰된 결과로 말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개신교회는 이제 제살을 깎는 개혁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교회가 세속화의 가치를 따라서 양적, 물적 성장에 힘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면서 희생과 섬김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본질적 가치에 맞는 교회와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2008년 영국 BBC에서 발표했던 국가별 욕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OECD국가 가운데 욕망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였다고 합니다. 2017년도 발표한 ‘2017년도 세계 행복지수’에서는 우리나라가 56위에 올랐습니다. 그 행복지수 통계에 1인당 국민소득 등 외형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56위를 차지했을 뿐,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그보다 훨씬 더 낮을 것입니다. 2016년도 경제 순위 11위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경제적인 부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욕망지수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이치로 우리나라의 기독교인 비율이나 교회에 출석하는 횟수에서 세계적인 자랑거리임에도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로부터 존경받지 못한 이유는 신앙인들의 갖는 잘못된 욕망들 때문입니다.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이상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계속해서 배척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교회는 새로워져야 합니다.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교회가 추구하는 참된 가치를 바꿔야 합니다. 성경이 가르쳐준 것처럼, 성공이 아니라 희생과 섬김으로 말입니다. 목사의 설교에서 성공을 가르치기보다는 섬김과 희생을 가르쳐야 합니다. 성공한 이에게 박수를 쳐주는 것이 아니라 희생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쳐 주어야 합니다. 세상은 교회나 신앙인이 성공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희생하고 섬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바로 거기에서 예수님의 향기를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