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클라리넷과 인연이 된 것은 우리교회에 오케스트라 단이 창단되면서 부터이다.
오케스트라단은 첼로, 바이올린, 플룻과 클라리넷의 네 악기로 구성되었는데 나는 그중 클라리넷과 내 인생의 후반이라고 할 수 있는 때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는 원래 예능, 특히 기기를 다루는 데는 더더욱 재능이 모자라고 부족하다. 더구나 감각적으로 더딘 결점도 있다. 한창 시대의 흐름이 지난뒤에야 시대의 감각을 느끼고 대처할 때면 이미 늦은 뒤일 때가 많다.
그런 내가 그것도 인생 후반의 때에 악기를 다루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무모함이 클 것이다.
그래도 늦은 나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악기를 다루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하고 배우고 싶은 열망이 없던 것도 아니어서 마침 우리교회에 오케스트라단이 창단되면서 용기를 내 배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창단된 우리교회 오케스트라단은 1년을 지나고 2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금년 7월에는 3번째 연주회도 계획되어 있다.
처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하면 되는 거지"하고 단순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클라리넷이 비웃듯 어렵고 힘들다. 특히나 클라리넷은 호흡으로 하는 관악기여서 나이가 꽤 든 나에게는 많이 벅차다. 더구나 음을 짚어내는 손놀림이 잘 따라주어야 하는데, 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하니 잘되지 않는다. 소리도 안되고 불다보면 "삐"등 잡소리로 반란을 일으킨다.
더구나 음악엔 문외한이어서 음계는 물론 음악의 용어자체를 익히는 것도 힘들다. 아직도 자신이 없고 모르는게 더 많다. 매주 토요일 학습을 받는데, 선생님이 하는 음악 용어들의 이해도 불가하고 알아듣는 것도 어렵다. 지금도.....
이렇게 시작했지만.... 지금,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이제는 제법 클라리넷과 친숙해져서 즐겁고 재미도 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입으로 불어 소리내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제법 찬송가 몇곡은 그런대로 흉내는 낼 수 있으니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해야 할까.....
매일 연습을 한다.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우리집 안방의 모든 창문을 닫아걸고 낮시간 모두 출근하고 일터에 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시간, 공휴일 등 쉬는 날은 지하주차장에서 연습한다. 매일 한시간 정도......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클라리넷을 분다. 한참 힘주어 악기를 불다보면 몸이 많이 풀리고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주로 연습하는 노래는 찬송곡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찬송가를 선정하여 악기로 불어보면 어느 정도 노래의 윤곽이 잡혀진다. 그러면 집중하여 연습한다. 그렇게 지난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가끔은 클라리넷이 태클(tackle)을 걸어 반란을 일으킬 때가 있다. 교회의 오후 찬양예배시간에 헌금 송으로 연주할 때이다.
찬송곡을 연습하다 보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가 있다. 노래도 잘 되고 틀리지도 않고 내 마음에 쏙 들때다. 그러면 교회의 헌금송 신청을 한다.
교회의 헌금 송을 하기 위해 연주를 신청할 때는 내 스스로 어느정도 연주에 익숙하여 자신이 있을 때이다. 마음 먹고 연습하는 기간은 적어도 2~3개월은 될 것이다. 집중하여 매일 연습을 하고 실제로 연습할 때는 잘하고 실수하는 일도 거의 없다. 물론 연습할 때는 악기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런데 막상 연주할 때가 되어 단상에 올라 헌금 송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클라리넷이 태클을 걸고 떼를 쓴다. 반란을 일으켜 나를 참으로 곤혹스럽고 민망하게 한다.
평소의 연습때에는 그토록 순하던 클라리넷이 단상에 올라 헌금 송을 시작하면 "삐"등 잡소리로부터 음이 소리가 안나거나 악기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리를 내지 못하니 너무 당황하여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벌써 네번째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단상에 오르려면 긴장하여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된다.
교우들은 위로겸 격려의 말로 "긴장해서 그래, 잘 했어"하고 말하지만 나는 무안하고 착잡하여 연주를 안 한건만 못했다고 자책하는 마음이 된다.
처음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보다 몇분이 중도에 그만두었다. 실은 나도 다른 분들 처럼 포기를 생각 안 해본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끝머리에서 겨우 시작했는데 중도에 그만둔다는 것이 너무 아쉽기도 하고, 내 자신에 대한 무력한 모습도 싫고, 특히 교회의 공조직이라는 의무감도 있어 계속 배우고 있다. 또 그런대로 배움의 날이 지속되면서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로 화답해주는 찬송곡이 클라리넷과의 친구의 인연을 계속 이어주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유학자 순자의 권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계이불사 금석가루-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새기면 쇠와 바위에도 무늬를 새길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향한 열정으로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순자의 "계이불사 금석가루"를 교훈 삼아 포기를 접고 클라리넷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들이 그들의 성공담을 말할 때면, 자신이 부르는 노래 한곡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익히기 위해 수천, 수만번을 밤낮을 잊고 부르고 또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기기인 악기를 연주하려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음악은 물론 기기에 대한 재능이 많이 부족한 내가 몇번의 연습만으로 연주에 자신감을 갖는 다면 클라리넷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 물론 다른 악기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나의 연습으로 이루는 연주는서툰정도가 아니다. 미숙아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 내가 감히 실수없이 잘 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오만의 마음이고, 잘 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어찌되었든 연습할 때는 어느정도 악보를 안보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하다고 자신하는데 연주를 할 때면 실수연발이고 부끄럽고 창피하다.
평소 연습할 때는 실수없이 잘 하다가 연주를 할 때면 왜, 클라리넷의 반란이 일어날까? 생각해 본다.
바로 나에게 주는 깨우침이다.
나는 헌금송을 연주하기전 연습을 하면서 수없이 되뇌어 기도한다.
"제가 헌금송을 연주함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찬양으로 정성과 겸손의 마음으로 드리게 하시고, 잘 했을 때의 찬사로 하나님 영광을 가리고 교만하여 우쭐대지 않게 해" 주시라고......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연습할 때 잘되면 실제 연주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교만의 마음이 되어진다. 그런대로 실수없이 연주가 되었을 때 분명 나는 "그래 해냈어. 잘 했어. 다들 잘 했다고 놀랄거야"하며 마음은 우쭐대고 교만의 마음이 되어질 것이다.
클라리넷은 그런 내 마음을 알기에 잘 할 수 있는 나를 연습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실제 하나님 앞에 찬양을 올려드릴 때면 교만의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겸손해지라고 깨우쳐 주기위해 태클(tagkle)을 걸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연습할 때, 연습하는 것을 본 교우들은 "왜 그러지, 연습할 때는 실수없이 잘 하던데...."그렇게 말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거면 됐어. 자위하며 나를 깨우쳐 겸손을 가르쳐준 클라리넷에 감사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아니 영영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땐가 클라리넷을 제법 실수없이 연주하는 때가 온다면, 그 때는 아주 겸손과 감사와 고마운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때는 클라리넷도 태클을 걸어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완전한 내 친구되어 아름다운 음으로 하나님 영광을 올려려드리는 찬양을 하도록 도와 줄것이다. 그때를 기대하며 다시 또 클라리넷을 분다. 도 레 미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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