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외로웠을 것이다. 누구도 예수님이 주인공임을 알지 못했다. 그의 내면에 깃든 '신의 속성'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고, 그저 나사렛에 사는 목수 요셉의 아들로 목수일을 하는 쳥년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달랐다. 그는 안목이 있었다. 광야에서 예수님이 세례를 청했을 때, 요한은 "세례를 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접니다"(마3:14)라고 사양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그의 소리를 알아주는 종자기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 거문고소리를 들은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연주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러다가 종자기가 병으로 죽었다.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 그게 "백아절현(伯牙絶絃)"이다. 마음의 소리를 아는 이, 즉 '지음(知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갈릴리로 가던 밤, 예수님은 달을 보며 세례 요한을 떠올리며 그의 죽음을 애닲아 했을 것이다.

예수님의 당대에는 그의 설교를, 그의 노래를, 그의 진가를 진정으로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예수님도 그렇게 '줄없는 거문고'를 타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예수님에게 세례 요한은 "지음"이었다. 오직 요한 만이 예수님이 "신을 품은 분"임을 알았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몰랐다.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도 제자들은 몰랐다. 예수님이 진정 누구인지, 그분의 내면에 무었이 깃들어 있는지, 그리니 예수님은 너무 외로우셨을 것이다. 자신의 가락을 알아주던 세례요한이 죽었으니 말이다.

기록에는 없지만 세례 요한은 예수님에게 숱한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신의 속성"에 대해서.... 예수님은 반가운 마음에 일일이 그 물음들을 알려주셨을 것이다. 마치 백아와 종자기가 '마음'의 소리를 주고 받았듯이.....

그런데 예수님은 달랐다. 거문고의 줄을 끊지않고 갈릴리로 가셔서 오히려 더 많이 자신의 내면에 깃든 "하나님의 나라"를 풀어서 메시지로 펼치셨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이 주인공임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일, 월, 화, 수, 목, 금 천지를 창조하시고 마지막 7일째인 토요일 쉬셨다고 한다. 유대교에선 그래서 안식일도 토요일이다.

예수님은 유대인이시다. 토요일에 회당을 찾았고, 설교를 하셨다, 그날(토요일) 유대인들이 그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설교의 주제는 당연히 "하나님 나라"였다. 예수님은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신의 속성을 풀어, 나와 세상과 우주가 어떻게 숨을 쉬고, 어떻게 맛물려 돌아가는지, 그 이치를 설파했다. "하나님 나라"가 무엇이고, 그것을 품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아주 쉬운 말로 설파했다.

예수님의 설교는 명쾌하고 막힘이 없었다.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었다. 성경은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고, 율법학자들과 달리 그 분의 가르침에는 권위가 있었다'(막1:22) 고 기록하고 있다.

권위는 어떤것이고 어떨때 생겨나는 것일까? 마음으로 끄덕이는 권위는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가르침이 이치의 심장을 관통할 때 비로소 "권위"가 생겨나는 법이다.

 

정겨운 일화가 성경에 나타난다. 예수님이 고향인 나사렛에 머무실 때, 그 날도 회당에서 가르침을 펴고 있을 때, 그때 어머니 마리아와 동생들이 찾아와 사람을 보내 예수님을 불렀다(막3:31) 그 때를 상상해본다. 그 때가 아마 저녁무렵, "예수아! 밥이 다 됐어, 집에 와서 식사해!" 이런 전갈이었을까? "예수(Jesus)"는 아람어로 "예수아(Yeshua)"다. 이런 광결을 그려보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 진다. 예수님이 우리가 사는 동네 어느곳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친근한 누군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전갈은 예수님에게 전달되었다. "선생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밖에서 찾고 있습니다"(막3:32)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되물었다. "누가 내 어머니이고, 누가 내 형제라고 생각 하는가?" 사람들은 멀뚱멀뚱한 눈으로 예수님을 쳐다보았고, 예수님은 자신을 둘러싼 좌중을 돌아보며 ""이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막3:35)

예수님의 답은 하나님의 나라를 열고, 그 속성을 공유하는 사람의 답이었다.

"누가 나의 어머니이고 누가 나의 형제인가?" "이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 왜 그리 묻고 답했을까? 왜  예수님의 눈에는 그리 보였을까? 신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들은 신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 무슨 뜻일까? 주일성수하고, 십일조 잘 하고, 교회봉사에 열심인 사람이 순종일까? 아니면 집사가 되고 권사, 장로가 되어 교회사역에 열심인 사람이 순종하는 사람일까? 그도 아니면 신학을 공부하여 목회자가 되는 것이 순종일까?

대체 예수님이 말씀하신 순종은 무엇일까? 답과 문제는 한몸이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순종하는 사람 대신 순종하지 않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 그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착각한다. 나와 종교가 다르고, 교단이 다른 사람들일까? 과연 그럴까?

모세가 받은 십계명의 첫번과 두번째 계명이 "나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고, 너를 위하여 우상을 섬기지 말라"이다. 흔히 사람들은 불상에 절을 하거나 금으로 만든 송아지 따위를 모시는 것을 우상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것만이 우상이 아니다.  십계명에 담긴우상의 의미는 그리 간단치 않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 순종할까, 하나님의 뜻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자의 파워"는 데체 무얼까?

금송아지 숭배, 모세가 시나이 산으로 간 사이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줄 신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를 했다.

우리는 신을 섬긴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자신을 즉 나를 섬긴다. 나의 기대, 나의 성공, 나의 욕망성취가 되도록 하나님이 일하시기를 바란다. 그걸 위해 "...하게 해 주십시오. 제발 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한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섬기는지 햇갈린다. 내가 하나님을 섬기는지, 아니면 하나님이 나를 섬기는 것인지...

십계명에 경고한 우상은 멀리있는게 아니다. 아주 가까이, 하나님보다 더 강력하게 더 열정적으로 섬기는 나만의 신, 그게 바로 나다. "하나님 뜻"에 순종하지 않는 이들도 "나의 뜻"에는 순종한다.

그러니 법당의 불상이나 단군상이 아니라 내가 바로 우상이다. 신의 뜻을 가리는 "나의 뜻"이 바로 진정한 우상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마음의 눈을 돌리라고 한다. "나의 눈에서 신의 눈"으로 돌리라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신앙은 오직 신의 뜻에 맡긴다. 삶의 모든 과정과 죽음도, 사고로 인한 죽음도 오직 신의 뜻으로 여긴다. 우리같이 울고불고 난리치고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나의 뜻이 이루어질 때만  "신의 뜻"이 성취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경기에서 내가, 우리 팀이 이기면 기도하고, 지면 기도하지 않을까? 감사의 기도는 내 마음대로 될 때만 올리는 것일까?

그리스인들의 전통은 "나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의 뜻"묻고 따른다.

 

"나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인도의 붓다는 태어나자마자 일곱걸음을 걸었다고 하는데, 물론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갓 태어난 아이가 걸을수 있을까? 그런데 이 일화에 담긴 메시지는 진실이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이적을 일으켰느냐가 아니라 그 일화에 담겨진 이치(메시지)의 진실성이다.

아기 붓다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이 우주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 왜?

사람들은 이념의 좁은틀에 갇혀 진보, 보수를 따진다. 그래서 전체를 담지 못한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느 한쪽의 시각일 뿐인데 말이다. 진보가 보수가 내려 놓을 때 전체를 담을 수 있다. 그래야 자유롭게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 오가며 알게 된다. 둘의 바탕이 하나임을... 그걸 꽤 뚫는 안목...

예수님도 그랬다. 예수님의 눈은 무한히 넓고 깊었다. 껍대기로 보이는 나사렛의 목수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신의 속성", 하나님이 인간을 지을 때 속을 채웠다는 "신의 속성"말이다. 예수님은 그걸 회복하라고 하신다. 그러기 위해 하나님께 순종하라고 하신다. 나의 고집이 하나 둘 모두 무너지면 결국 나에게 "신의 속성"만 남는다. 하나님의 속성, 거기가 하나님 나라다.

그래서 나외에 다른신을 섬기지 말라고 한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것은 섬기려야 섬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거기에는 붓다가 표현한 "유아독존"만이 존재하고 그것만이 존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십계명도 붓다의 말도 둘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즉 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눈으로 예수님은 물으셨고, 그 눈으로 답하신 것이다. "누가 나의 어머니이고 누가 나의 형제인가. 이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이다"

겉모습은 분명 둘이다. 너와 나, 남자와 여자, 보수와 진보가 다 다르다. 그러나 바탕은 둘이 아니다. 각자의 에고(인식과 행위로서의 자기 자신)가 무너지면 "신의 속성"이 드러난다. 거기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신을 품은 예수님의 눈에는 모두가 하나였다.

 

"나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그런데도 우리는 한 눈을 판다. 자꾸만 다른 신을 섬긴다. 그 신의 이름이 바로 "나"다. 나의 고집, 나의 집착, 나의 욕망,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이 자꾸만 "나"라는 신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그 신을 숭배한다. 그게 나의 눈이다.

하늘이 묻는다.

"나 외에 다른 신이 누구인가? 나 외에 다른 신이 누구인가"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