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순례.31

고난 주간입니다

화, 수요일 일박이일 일정으로

인디언 마을에 와 있습니다

자동차로 4시간을 가서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또 넘고

작은 냇가들을 건너고, 건너고

이런 깊은 곳에서 뭐하고 사나?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서너 시간을 걸었습니다

밀린 운동하는 샘으로 걷다가 지쳐서

강제 노동같이 걸어서는 안되지,하며 다시 걷습니다

나무가 지쳔인 정글속에서 살면서도

송판이 없다는(송판을 구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집은 지붕만 얻은채 터져 있습니다

겨울이 없으니 얼어 죽지야 않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미련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생전 처음들어보는 한국,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알 필요도 없는 그들이지만

한국인 목사 손님이 왔다고 키우던 닭을 잡아

어두운 달빛에 의지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조금후 달빛사이, 그리고 반딧불사이 숲속 길들에서

저녁 예배를 위해서 인디언들이 걸어옵니다

양초를 여러개켜고, 그래도 어둡긴하지만

제단앞으로 나와 엎드려 기도한 후

어둠속에서 열심히 찬송을 부릅니다

양초에 의지해 성경을 읽고

말씀을 나누고, 예배를 마친후

다시 어둠속 달빛을 의지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텅 빈 어두운 예배당에 나무 판떼기 위에

가져간 침낭을 깔고 누워서 기도합니다

‘주여, 마음이 답답합니다...’

춥지만 간신히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개짓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조그만 소리만나도 밤새 개가 짖어대니

고난 주간에 철야를 하라는 뜻으로 알고

누워서 인디언들과 이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밤새 생각/기도합니다

내 영혼의 순례.32

어제 하부이를 거쳐 들어온 인디언 마을

볼깐시또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그들의 생활 환경과는 다르게

넉넉한 자연에 둘러쌓여 맞는

인디언 마을의 아침은 언제나 신선합니다

행사도 없는데 이미 교회 근처에 모인

졸망올망,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함께

오늘 하루의 아침은 더욱 넉넉한 마음입니다

대부분 남자들은 아침 6시에 시작하는

그들의 일터인 바나나 밭으로 가기위해

매일 새벽 3시 집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도를 닦는 수도사들도 아닌데

먹거리를 위해 하루 왕복 6시간을 걸어서

현대판 노예같이 일해야하는 바나바 밭으로...

그들이 하는 일이란 긴 칼을 들고

8시간씩 바나나 나무들을 정리하거나

수출할 바나나 뭉치들을 어깨에 메고 나르거나

날라진 바나나를 약품처리해서 포장하는 일인데,

이런 것을 보면/알면 바나나 하나 먹기에도

가끔은 이들에게 죄스런 마음까지 들기도 합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걸어나오는데

서너살된 아이들이 맨발로 그 길을 걸어나오는 모습

등에 짐을 지고, 앞에 아이를 매고, 손에 아이를 잡고

만만치 않은 강물을 가로질러 건너는 앳된 인디언 엄마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조적인 절박한 생존환경?

가져간 카메라로 이런 장면들을 담기에는

무표정한 저들에게는 미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다시 걸어나와

목회자와 다음주 지도자 훈련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돌아오는 길 근처에 있는 해변을 잠시 들렀습니다

고난주간과 성탄절이 가장 긴 휴가 기간이라

이미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차를 세워놓고 백사장을 끝까지 걸었습니다

참 아름답고 멋진 해변의 백사장을 걷고

어제밤에 못잔 잠을 생각하며

통나무를 베게삼아 모래위에 누웠습니다

살갗을 부드럽게 스치는 바닷바람과 파도

누워있는 바로 옆에 여자가 누워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C.S 루이스의 'A Grief Observed'(헤아려 본 슬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