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로제토 효과(Roseto effect)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로제토(Roseto)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이민을 온 광부들이 정착하면서 생긴 마을입니다. 가파른 산지에다가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주변에서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마을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스튜어트 울프(Stewart wolf, 1914-2005)라는 의사가 동료로부터 전해들은 말 때문이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 미국이 65세 이하의 남성 가운데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오클라호마대학의 내과 교수였던 스튜어트 울프는 휴양차 펜실베이니아에 머물던 중 이 마을에서 17년 동안 일해왔던 동료 의사로부터 ‘주민들 가운데 65세 이하 사람들 중 심장마비 환자나 알코올과 약물 중독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스튜어트 울프와 그의 연구팀은 1955년부터 1961년까지 이 로제토 마을의 식습관과 유전적 요인, 환경 등을 조사했지만, 다른 곳과 특별한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에서 밝혀낸 로제토 마을의 장수비결은 강한 공동체 의식과 신앙심이었습니다. 2천여 명이 살고 있는 로제타 마을에는 독서나 낙시, 스포츠 등 각종 모임이 22개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도 이웃을 만나면 멈춰서서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한 지붕 아래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도 많았습니다. 이런 친밀한 사회적 유대관계뿐만 아니라, 마을 중앙에 성모교회가 있어 이들의 공동체성을 신앙으로 더욱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로제토 효과’(Roseto effect)입니다. 로제토 효과란 이웃이나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산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선한 목적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생겨난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 죄가 들어오면서 자기중심적이 되고, 물질에 노예가 되면서 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하는 풍토가 사라졌습니다. 로제토 마을에도 1970대에 물질주의가 침투해 들어온 이후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면서 개인의 삶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심장병 사망률이 30년 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어리석게도 우리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다른 사람의 행복에 무관심하거나 다른 사람이 누려야 할 행복을 짓밟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건강과 행복까지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내가 더 많이 소유해야 하고, 내가 더 많이 누려야 하고, 내가 더 많이 내 마음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행복이라고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부러운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행 4:32) 네 것과 내 것의 구별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위해서 기꺼이 내어놓는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공동체였기에 교회에 거센 박해가 몰아칠 때에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나 자신만 바라보며 사는 삶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내 것을 조금이라도 기쁨으로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에서 만들어집니다. 오늘도 나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울타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믿음의 사람답게 하루를 사십시다.